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무소유-간소한 삶을 꿈꾸며

방림재 2011. 11. 1. 12:18

2011년 10월 31일 간소한 삶을 꿈꾸며

 

법정스님이 가끔 인터뷰때 ‘스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스님은 ‘내 개인적인 소원은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라고 답하고

사는 집의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놓았다고 한다.

 

한 번은 동경대학에 유학중인 어떤 스님이 문구점에 가서 법정스님이 좋아하는 촉이 가는 만년필을 하나 사준 적이 있었다.

너무 고맙게 여기고 그걸로 글을 참 많이 썼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에 갔더니 그곳에 똑같은 만년필이 잔뜩 있어서 만년필을 하나 더 사왔다.

그랬더니 그날부터 처음 가졌던 그 필기구에 대한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졌다.

결국 나중에 산 것을 아는 스님에게 줘 버렸다. 그러자 비로소 처음의 그 소중한 감정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그 하나만을 가져야 한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책에 실려져 있는 내용이다.

 

 

내가 첨 귀농하기 전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였다.

사람이 감명을 받았다 하여 바로 실천하는 것, 입문하는 것은 아주 작은 씨앗에 불과하다.

그 씨앗이 자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세월을 요하는 가 보다.

 

최근 나는 집안에 물건이 많이 있는 것이 불편해졌다.

제일 눈에 거스리는 것은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

남성용화장품, 어린이 로션, 내화장품, 핸드크림등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데 그동안은 그렇게 놓여져 있어도 별 신경이 가질 않았다.

서랍을 열면 샘플용 화장품도 너무 많고, 여기저기 받은 것도 많다.

남편은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아서 거의 그대로 있다.

선물받은 것은 누가 오면 주기도 하고, 샘플용화장품만 비상용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화장대앞부터 간소화하려는 목표를 삼고 있다. 새로 사지 않고 샘플용도 다 바르고 없애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돌아보니 인간이 살면서 갖고 있어야 될 물건들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애들 학용품도 지우개, 연필, 펜들이 써도 써도 마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

절약정신을 구호처럼 부르며 교육받았던 나로서는 습관처럼 몽땅연필은 따로 모으고, 다 쓴 모나미볼펜대도 모아둔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풍족한 현실은 몽땅연필의 추억조차 외면하고 있다.

 

청빈낙도, 청렴결백한 선비 정신.

옛 조상들은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건만, 요즘은 참 찾아보기 힘든 얘기가 되었다.

법정스님의 두 개의 만년필 일화가 머리로만이 아니라, 이제서야 몸으로 와 닿는다.

생활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단순하고 간소한 삶을 실천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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