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가을이 준 작은 열매의 결실

방림재 2011. 11. 8. 14:09

 

2011년 11월 7일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기 이전에

 

올 봄부터 나의 화두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이제는 하고 싶다, 그러면 그것이 무엇일까?’였다.

나는 과연 이 생에 무엇하러 왔을까?

가슴 설레이는 감동의 것을 하고 싶다고 올 봄부터 바램이 있었다.

어느 덧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나에게 작은 열매 하나를 던져 주었다.

아직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느 날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었다.

 

 

첫째, 나의 현 위치를 알 것.

사람들이 보통 길을 물을 때 자신의 현 위치는 모르고 가야될 목적지만 묻고 마음이 앞서 나가 있다.

나의 처해진 상태와 나의 주변 이러한 일련의 모든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둘째, 상대방과 대화할 때 나의 얘기, 나의 관심사부터 말하지 말 것.

사람들의 마음은 늘 시야가 향하는 만큼 저 만치 멀리, 그리고 점점 더 나아가 빛의 속도로 온 우주로까지 여행을 한다.

늘 마음이 자신이 향하는 쪽으로만 앞서 나가있어서 자신에게 취해 있다.

그래서 같은 취향의 사람끼리 모이는 이른바 ‘코드가 맞다’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현대에는 동아리, 동호회와 같은 것들이 활성화되게 되었다.

그러나 살다보면 그렇게 코드가 맞는 사람만 만나고 살지는 못한다.

난 상대방의 관심사부터 먼저 함께 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깨달았다.

 

 

셋째, 때를 기다려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때를 기다려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살면 좋을까의 의문을 잠시 접어서 한 쪽으로 밀어두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자, 최근에는 셋째 번의 것에 새로이 초점이 꽂힌다.

해야 될 말이 있는데 지금보다는 한두 주 있다가 말하면 기억하기 좋을 것 같고

상대방이 더 잘 받아들일 거야 하고 깔끔한 결론을 내려놓고는 어느 순간 또 생각이 떠오르면 불쑥 말해 버리는 것이다.

많은 세월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살아왔지만, 요즘은 말하고 나서 깔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것이 잘 되면 가족관계 뿐만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아주 효과적인 유대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 세 가지가 적어도 이루어지면 나의 바램도 찾아오지 않을까를 깨달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눈에 보이는 현상적인 바램에만 초점을 두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내가 이 생에서 하고자 했던 일이라면, 어쩌면 나는 이미 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첫째는 자주 놓치고 잊어버리지만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현 위치는 대충 알고,

둘째는 부단히 노력하면 될 듯도 하다.

그러나 셋째는 어지간히 노력해서 잘 될 것 같지가 않다.

더 자주 잡고 있어야 하는데 조금만 생각없이 있으면, 그냥 말이 나온다.

아는 노선생님은 3년, 5년, 길게는 10년을 기다렸다가

(물론 마음에만 두고 그 때가 언제 올지 잊어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말씀을 하신다.

 

 

셋째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에 이르러야 할 수 있는 경지라고 남편은 말한다.

그런가? 뭐, 되든 안되든 늘 지켜보며 공부해 가야만 될 것 같다.

 

 

가을이 겨울로 임박해지면서 나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무너지고, 또 성장하고 그런다.

내가 내 공부를 위해 스스로 찾는 길이지만, 느낌이 점점 더 섬세해지면서(섬세한 것과 예민한 것은 차이가 있다.)

사람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한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지만,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 자기 얘기만 하거나,

내가 얘기할 틈을 주지 않고 전화로 자기 얘기만 하고 끊어버린다.

물건을 사러 가도 전화받을 거 다 받으면서 손님을 맞이한다든지 이래저래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 상처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반면교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 또한 나보다 더 섬세한 사람한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지 않았겠는가?

기특하게도 빠르게 빠르게 상처가 아물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스승이고, 하느님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나를 또 시험하기 위해 이런 색깔의 사람도 보냈구나라고 마음을 먹으면

모두가 높아보인다.

 

 

내가 내 생애에서 사람 공부를 하고자 뜻을 둔 적은 없지만,

시골에서 살다보니 뜻하지 않은 바

(참된 인간이 되는 바)

가 나의 길인양 흘러 가고 있다.

내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억의 아득한 저편에서 나의 바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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