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귀양지, 청령포.
영월에 자리한 청령포는 동, 서, 북쪽이 물로 막히고
남쪽은 층암절벽으로 가로막힌 천연 감옥이다.
이 강물에서 얼마나 많이 서러워하고, 목놓아 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선착장을 만들어 배도 띄우고 있다.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데 우린 멀리서 전경만 보았다.
단종이 사약을 받지 않고,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그것은 사약을 갖고 온 사람이 차마 어명을 전하지 못하고, 목을 조아리고 있자,
단종이 끈으로 목을 감고는 그 끈의 끝을 문 밖으로 내다 주면서 잡아당겨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실록은 살아있는 자, 이긴 자의 편이니, 그렇게라도 자살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리치나 저리치나 결과적으로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천만리 머나먼길 고운님 여의옵고
내마음 둘곳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물도 내마음같아 울어 밤길 예는구나
당시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을 영월에 두고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이다.
잘 알려진 사육신의 시조에 못지않게 애달프고 가슴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시이다.
사육신의 충의가
이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 하리라(성삼문)
까마귀 눈비맞아 희는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줄이 있으랴(박팽년)
창안에 혔는 촛불눌과 이별하였관대
겉으로 눈물지고 속타는줄 모르는가
저촛불 나와같아서 속타는줄 모르더라(이개)
간밤에 불던바람 눈서리 쳤단말가
낙랑장송이 다 기울어진단 말가
하물며 못다핀꽃이야 일러 무심하리오(유응부)
초당에 일이없어 거문고를 베고누워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더니
문전의 수성어적이 잠든나를 깨워라(유성원)
가까이 있어도 들러보지 못했던 단종의 능, 장릉과 청령포를 둘러보고,
우리 역사가 참으로 한이 많음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가을비가...,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에 촉촉히 내려앉는 날,
나는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어린 임금 단종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죽어간 많은 충신들과 역사에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슬픔을 온 몸으로 함께 했던 이들을 위해 가슴깊이 고개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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