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글쓰기 힘든 가을
요즘 글 쓰기가 참 어렵게 느껴진다.
한 때는 글쓰는 것이 너무 쉬웠다.
마음 내키는 대로 써내려 가면 순식간에 글이 되어 있었다.
9월 추석, 추석을 보내려 도시에 갔다 오면서 더욱 심해졌다.
내가 글을 쓸 때는 한 공간에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그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도 느껴져서는 안된다.
눈을 감고, 오롯이 내 안에 들어가 누에고치가 실을 뽑아내듯 그 고치 안의 깊이에서 말을 뽑아낸다.
조그만 움직임과 소리에도 아주 거슬리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이 편안히 단전으로 내려와 앉아 있어야 한다.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하면, 도저히 글쓰는 것이 편안하게 이루어지질 않는다.
누가 들으면 참 대단한 작가로 오인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내 자신이 만들어져 있었다.
도시를 갔다오면, 가급적 무박 당일로 볼 일을 보고 올 때는 잠시 몸만 피곤할 정도인데
하루 이틀 늘어날수록 돌아와서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삼 일정도 있으면, 내 몸의 살점을 떼어내고 싶을 정도의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팔뚝의 살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무언가 모를 내 몸과 마음에 씌워진 것들,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떼어내고 싶다.
먹는 것에서부터 잠자리, 모든 것들이 이제는 편치가 않는가 보다.
더구나 가까운 관계에서 받는 알 수 없는 상처들.
그러고 보면 내가 어느 덧 촌 아낙이 다 되었는지 무한경쟁 속에 사는 도시인들이,
아무리 함께 보냈던 혈연, 지연이라도 안타깝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이 전혀 상처줄려고 하지 않는 말과 태도임을 알면서도 내 스스로 칼날 위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힘겨할 뿐이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애정이 있는 관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일 지도 모른다.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상대는 아무런 도움을 원치 않는다.
적어도 도시적 도움이 아닌 시골스런 가치로 다가오는 도움은 전혀 기대하지 않겠지.
그러면 도시인들은 왜 다들 힘겨워하는가?
많은 도시인들이 힘겨워하는 것은 대다수가 그 고민이 같다.
이쪽 그룹을 만나도 저쪽 그룹을 만나도 매 같은 이야기뿐이다.
우리는 어느 새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들 또한 우리가 참으로 촌스럽고 답답해 보이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숨이 차서 멈추든지, 돌부리에 걸려 멈추든지,
움직이는 모든 것은 반드시 멈추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달리다가 아주 잠시라도 멈추어 가만히 먼 곳도 보고,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살폭살폭 걷기도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늦추어 자신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면,
다음에 달릴 때는 더욱 안정되게, 같은 시간에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해 주면 내 가까운 측근들은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는가 싶게 바라본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눈에 불을 켜고 해도 시원찮을 판국인데. 라면서...
어느 새 우리는 이렇게 멀리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나는 한동안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참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참되게 살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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