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시래기향은 할머니향
어린 시절 할머니 방에 가면 할머니만의 냄새가 났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도 20 여년이 지나간다.
아주 오랜 시간 할머니 냄새를 잊고 살았다.
시골 살이에서 시래기가 뭔지를 알고,
그 맛까지 음미할 줄 알게 되었을 때
시래기 삶는 나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져 나온다.
시래기의 이 구수한 냄새는
바로 어릴 적 익숙한 할머니 냄새다.
무청을 그냥 삶으면 이런 향이 나오지 않는다.
그늘진 곳에서 차디찬 겨울 바람을 쐬어
발효된 시래기에서만 나오는 그윽한 향이다.
그늘졌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말린 시래기는 빛깔이 누렇다.
모진 찬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낸 그대는
아주 서서히 느리게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본연의 푸르름을 고이 간직하며 찬란한 색을 발한다.
할머니와 시래기는 동색이다.
참시래기 향은 참스럽게 살아온 할머니의 발효된 깊은 향과 삶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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