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참시래기향은 할머니향

방림재 2011. 12. 10. 19:53

참시래기향은 할머니향

 

어린 시절 할머니 방에 가면 할머니만의 냄새가 났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도 20 여년이 지나간다.

아주 오랜 시간 할머니 냄새를 잊고 살았다.

 

시골 살이에서 시래기가 뭔지를 알고,

그 맛까지 음미할 줄 알게 되었을 때

시래기 삶는 나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져 나온다.

 

시래기의 이 구수한 냄새는

바로 어릴 적 익숙한 할머니 냄새다.

 

무청을 그냥 삶으면 이런 향이 나오지 않는다.

그늘진 곳에서 차디찬 겨울 바람을 쐬어

발효된 시래기에서만 나오는 그윽한 향이다.

 

그늘졌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말린 시래기는 빛깔이 누렇다.

모진 찬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낸 그대는

아주 서서히 느리게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본연의 푸르름을 고이 간직하며 찬란한 색을 발한다.

 

할머니와 시래기는 동색이다.

참시래기 향은 참스럽게 살아온 할머니의 발효된 깊은 향과 삶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