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모처럼 산책에 나섰다.
어제 내린 봄 비로 북향에 눈마저 녹아내리고,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봄의 기운들이 도처에 만연하다.
아주 추운 날에 새끼를 낳은 아롱이.
이웃 권사님댁 강아지인데 어릴 적부터 등교 시간 통학버스에 오르기 전
늘 현빈이랑 친구가 되었다.
자신이 이름까지 지어준 강아지가 어느 날 보이지 않아 며칠 걱정하였는데 시집갔다는 어떨떨한 소리에
알송달송하게 통학버스에 올라탔던 현빈.
어느 날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들이 무더기로 나타나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행복감이 두 배가 된 우리 아이들.
추운 날에 낳아서 새끼 한 마리가 죽자, 비닐하우스 안으로 터전을 옮김.
어미 아롱이는 현빈이만 나타나면 새끼는 안중에도 없고 현빈이에게 매달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래서 현빈이는 아롱이가 아직 어린데 너무 빨리 시집을 가서 새끼를 잘 못 돌볼까 걱정한다.
새끼들의 아비는 갈색 진도견이다.
어느 새 마늘 밭에 마늘 싹이 돋아나 있다.
이웃 마을 다수리에도 현빈이가 산책 때마다 잘 따르던 강아지가 있다.
못 본 사이 많이 컸다.
애교부리고 난리가 났다.
이제 못 따라오게 해야 하는데 이 녀석 500m는 계속 따라왔다.
이웃 시골밥상 집 공작네 가족. 공작은 지난 해에 새끼 3마리를 낳았는데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았다.
상사화의 잎이 돋아나고 있다.
오늘 산책에서 큰 성과. 개구리 울음 소리다.
경칩을 막 지난 개구리는 이렇게 우는 가 보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일단 소리를 하면서 긴 겨울 잠의 기지개를 펴는 듯하다.
봄이면 밭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 꽃다지.
집에 도착하니 우리 밭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산마늘 잎.
냉이도 어느 새 이 만큼 자라고 있었다.
어느 새 가혹했던 지난 겨울은 지나고, 어김없이 봄은 우리에게 손짓한다.
봄은 마치 차가운 모범생같다. 때가 되면 제 소임만을 묵묵히 할 뿐 어떤 상황과 변화에도
동요되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올 해도 묵묵히 찾아온다.
오직 그 속에서 움직이는 우리만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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