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방림재민박에서 1박 2일 여름캠프-뇌운계곡을 따라 산책

방림재 2011. 7. 17. 17:14

공부방 애들을 데리고 1박 2일 여름캠프를 했다.

잠시나마 학교와 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게 하고 싶었다.

 

이틀 전에 재워둔 고기가 양념이 잘 되어 맛이 좋았다.

생고기를 굽는 것보다 양념구이를 해 먹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남편이 언제나 고기굽는 담당이라 수고가 많다.

 

"현빈아 , 나도 좀 주라~ 응?"

 

어스름 저녁 하늘과 사내아이들.

 

이중 한 학생이 미술시간이 끝나고 조각칼을 들고 있었다.

한 친구가 "너 머리에 뭐 묻었어." 하자 그대로 머리에 손이 갔는데 그만, 조각칼이 머리를 찔러

잠시 후 얼굴에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중에 한 명은 그 이후 머리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녀서 별명이 '땜빵'이 되었다. ㅋㅋㅋ

아직도 이렇게 순수하고 순진한 친구가 있다.

 

식사 후 게임을 한다. 돌아가면서 종이 한 장을 뽑는다. 거기에 쓰인 대로 행하면 된다.

 

아버지께 "사랑해요" 문자 넣기가 걸렸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을 싫어하는 사람 밥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 듯,

평소에 까칠하여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이게 딱 걸렸다.

극과 극은 통한다. 싫은 것을 너무 싫어하면 결국 만나게 되어 있다. ㅎㅎ

이 친구에게는 끊임없이 웃으며 인사하기, 예쁜 말 쓰기 훈련을 시킨다.

 

불놀이야~~ 불꽃놀이 시간.

 

 

이 불꽃이 다 타기 전에 자신의 소원 한가지 빌기.

 

어둠 속에서 불꽃은 신성할 정도로 아름답다.

 

빛은 어둠을 통해서 발현된다.

어둠은 빛을 통해 존재가 인식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은 더욱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다음은 담력 훈련 시간.

 

<오래 전 방림재 이 언덕에는 바가지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었다.

그 할머니는 언제나 박바가지에 밥을 담아 먹어서 할머니 집를 지나다 보면 바가지 긁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 이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 골짜기에는 인가는 없고, 사람들이 고추밭으로 부쳐먹었는데

저녁에 해가 어스름할 때 집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바가지 할머니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섬뜻하게 났다고 한다.>

 

담력 훈련 가기 전 애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한다.

첨에는 잔뜩 들떠있다가 바가지 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바가지 머리 애들 잡아가는 할머니냐고 바가지 머리 친구가 반문하며  긴장을 하더니

얘기 다 듣고 나서는 담력 훈련 하지 말자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바로 밑 무덤까지 갔다 왔다. 소리소리 지르면서~~

 

애들 없을 때 "여보 그 얘기 진짜야?" "아니, 지어내느라 머리 깨지는 줄 알았어."

ㅋㅋㅋ

 

 

아침은 간단히 사천짜장밥으로.

 

 

어제밤 복불복 게임에서 아침 설거지 하게 된 두 친구.

애들이 잘 어울린다고 놀리자, 기겁하면서 화를 낸다. ㅋ

 

 

아침 식사 후 트럭을 타고 가까운 뇌운 계곡으로 향했다.

 

우리 부부의 아침 산책로를 애들에게도 주고 싶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른 아침 강이다. 좀 더 일찍 왔으면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계속된 비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걸음걸이를 보면 체형과 성격이 보인다.

걸으면서 자세 교정을 한다.

 

똑바로 척추를 잡아당겨 걷다보면, 가장 먼저 옆구리와 배, 옆구리 바로 뒷쪽 살이 당겨지면서

찰랑찰랑, 개인에 따라 출렁출렁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살을 빼려고 뛰거나, 격한 운동을 많이 하는데 바른 자세로 걷기만 해도 살을 뺄 수가 있다.

눈에 보이는 몸의 살뿐만 아니라, 마음의 살도 함께 뺄 수 있는 것이 산책인 것 같다.

 

마냥 좋아하고 프로그램에 잘 따라줘서 좋았다.

역시 여학생들이 호응도가 높다.

 

산책하고 와서 다도시간을 가졌다.

산야초 발효차, 그리고 지금은 입적하셨지만, 어느 깊은 산골의 스님이 만든 발효차, 두 가지를 마셨다.

평소에는 이런 차를 주면 잘 안 마실 수도 있을 터인데 모두가 다 맛있다면서 잘 마셨다.

 

그렇게 시끄럽던 애들이 어느 새 조용하다. 차 한잔과 함께...

 

뇌운 계곡따라 걷다보면, 누가 보아도 한 눈에 아주 멋드러진 소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소나무가 휘어지고 멋스러운 것은 뿌리가 내려가다가 암반에 걸리면,

영양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나무가 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나무가 멋있다고 휜 소나무를 옮겨 심으면 잘 살리기 힘들다.

그것은 밑에 암반이 있기 때문에 뿌리를 잘 보전해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도 아픔과 역경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가 보다.

 

우리 학생들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데 어떤 고난과 역경도 두려워하지 말고,

묵묵히 받아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저 소나무처럼 각자 저마다 아름답게 피어날 때가 오겠지.

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