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가을날의 행복

방림재 2010. 11. 7. 22:03

주말에 집에 온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다.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일주일 용돈으로 만원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과자 1봉도 천원을 웃도니, 한창 당분이 댕기는 나이에 먹어도 먹어도 부족하겠지.

그런데 웬일이냐? 자발적으로 자기가 쓸 돈을 위해 노동을 하겠다는 생기발랄한 소리는...

때마침 2주일 동안 흙벽바르기를 하다가 급기야 목 근육이 뭉쳐서 침까지 맞은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 데리고 나갔다.

 

킥킥킥. 아버지 작업복을 입었는데 얼마나 웃기는지 온 가족이 한바탕 웃었다. 

 

집 뒤에 쌓아 둔 연탄을 보일러실로 옮기는 작업이다.

 

 수레에 연탄을 실어서 옮긴다.

 

한 장에 백원. 1만원을 벌기 위해선 백장을 날라야 된다.

 

두 수레 날라다 놓았는데 아버지가 그만하고, 아궁이에 불 좀 지펴 달라고 했다. 

 

졸리와 현빈의 한가로움.

 

우선 장작을 마련한다. 장작패기를 가르치고 있는 아버지.

 

저 만큼 발라놓고 잠시 흙벽 바르기를 중단하고 있다. 손으로 누르면서 비비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궁이에 불 넣기. 찬바람이 불면, 바닥이 따끈한 곳에서 잠을 자고 나는 것이 최고의 낙이다.

오늘은 그것을 아들로 인해 호사를 누리게 된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것도 배워야 된다면서 가르치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단체 생활의 규칙과 대인 관계로 엄청 힘들어 했다.

몇 번이고 나오고 싶어하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이제 성인이 되어 홀로서기 할 날이 머지않았고

조금씩 독립해 가야된다고 쓰라린 마음을 억누르면서 차갑게 외면했다.

무열이는 어릴 때부터 집이 읍내랑 떨어져 있는 관계로 여러 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다.

그래서 더욱 기숙사를 보내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어느 덧 1년이 다 지나고 있는 시점에 아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빨래도 세탁기로 직접 하여 주말이면 산더미같던 빨래에서 해방을 시켜주었다.

사실 기숙사를 보낸 것이 잘한 것인가는 의문을 많이도 던졌는데 여러 모로 잘된 것 같다.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이 날 연탄나르기와 아궁이 불지피기를 하여 아버지께 만원을 받았다.

 

깊어가는 가을 날 우리는 만원의 행복을 다함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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