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방림재에도 겨울 손님이 찾아오고...

방림재 2009. 12. 10. 12:32

 

늦가을에 우리를 찾아온 손님. 장끼와 까투리. 꿩 가족들이 방림재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다녔다. 차가 지나가면 길 가에서 노닐던 꿩 새끼들이 우왕좌왕한다. 그 소리에 아빠꿩은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엄청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다 따지 못하고 남겨둔 꽃사과. 어느 늦가을 날 아침. 한참 춥다가 조금 따뜻한 날이였다. 어디서 숨어지내다가 나타났는지 산까치들이 떼지어 찾아왔다. 그렇게 이틀을 좇아먹더니 어느 날 보니 열매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며칠 전 아침에는 온 몸을 하얗게-이보다 더 하얀 색이 또 있으랴- 단장한 손님들이 쏟아져 내렸왔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언젠가는 오겠지 마음 속으로 기다려지던 손님. 언제나 하얗게 한결같은 모습임에도, 전혀 색다른 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늘 반가운 손님이다. 어릴 때 수채화 물감에서 흰색은 가장 빨리 없어지는데 하늘 나라에는 메마르지 않는 흰색물감 샘물이 있나 보다!

 

퍼얼퍼, 포옥착. 잘도 흩뿌려진다.  

 

다음 날 기와 밑 처마에는 또 다른 손님이 밤새 우릴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네. 

 

하루 밤새에 서로 누가 누가 더 길게 자라나 뽐내는 경주라도 하듯이. 

 

자신의 몸을 이렇게 청명하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있을까?  

 

고드름 칼. 애들이 어릴 때는 고드름을 갖고 칼 싸움도 많이 했는데. 30cm정도 되는 것 같았다.

현빈이가 겨울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고 해서 고드름 하나 꺾어 냉동실에 보관 중이다.

여름이 되어 겨울 추억의 문을 열고자 한다면, 냉동실 문을 열어 봐?!

 

밖에서 눈사람 만들던 현빈이가 나와서 보라고 성화다. '미니 눈사람'를 만들었다.

역시 흰 손님과 함께 언제나 함께 찾아오는 사람이 등장했다.   

 

방림재의 겨울 새벽. 운무가 휘몰아 감고 있다.   

 

 서서히 동이 튼다.

 

그러고 보면, 방림재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참 많은 것 같다.

비록 우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찾아드는 손님일지라도 하얀 맘을 갖고 있다면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먹으라고 주지 않은 꽃사과를 맘대로 와서 먹는 산까치조차도...

 

인간이 만든 틀과 경계로 인해 자연들은 구분되어지지 않는다. 자연의 영역에서는 경계가 없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인간들이 자연의 많은 것들을 허락없이 경계 짓고 독점하고 점령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어른들이 꼭대기에 있는 감들을 굳이 따지 않고 두는 지혜는 참으로 훌륭한

삶의 자세가 몸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