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흙벽바르기

방림재 2008. 11. 1. 11:18

이제는 슬슬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가야 된다.

그 중에 하나가 흙 집은 약간씩 틈이 난 곳을 덧발라주고 해야 되는데 입주 8년 째 손질 한 번 안 하고 지냈다. 보통은 입주하고 3년 정도 손을 보면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여러가지 이유로 미루다가 올 해는 좀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자 남편이 작심을 하고 두 손 두 발을 걷어붙였다.

 

 먼저 나무목을 사서 집 전체를 돌아가면서 다 타카로 박았다.

 

짚을 구하기는 지금이 적기다. 마을에서 얻어온 짚을 썰어서 진흙과 모래를 섞어서 반죽을 한다. 

 

가장 늦게 마를 것 같은 뒷 벽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이제 욕실 옆 측면으로 왔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데 보름이 넘게 걸렸다.

이런 저런 일이 있거나 비가 오면 못하고 아마 한 달은 걸릴 거라고 했다.

다행히 흙벽 바르는 것을 너무 재밌어 하는 남편. 왜냐면 아무 잡념이 생기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올 해 내도록 생각한 아이디어를 실현해서 이제 겨울에 바람 한 점 안 들어오는 집으로

만들 걸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저렇게 나무를 대고 하는 것을 내가 반대하는 바람에 두 해나 지났다.

외관상 귀틀집의 모양이 없어지므로 내가 싫다고 했었는데 좀 신경써서 하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해마다 겨울을 지내면서

이제는 바람부는 날도 따뜻하게 지내고 싶은 나약한 마음과 타협을 한 탓일 게다.

올 해 내도록 생각했다는 것이 벽과 벽 사이를 어떻게 공기집을 줄까하는 것인데 저렇게 짚을 넣어서,

흙을 다 채우는 것보다 공기 공간을 주어 한층 더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더 따뜻한 경우와 마찬가지다.

요즘 흙 집을 여러 모로 보완한 것이 흙 벽돌을 두 겹으로 쌓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여름에는 여름대로 시원하고 겨울에도 따뜻한 집이 되는 것이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이렇게 흙벽치기를 해 나가는 것에 남편은 나름 자부심까지 있는 듯하다.

나는 방해하지 않고 막걸리나 가끔씩 갖다 준다.

 

'방림재 > 시골살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신년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0) 2009.01.11
새해를 맞이하여 인사드립니다.  (0) 2008.12.30
가을걷이  (0) 2008.10.23
뱀에 물린 졸리  (0) 2008.10.22
감국차를 마시며...  (0) 200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