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속초 아바이순대 마을

방림재 2010. 12. 16. 14:05

어제 남편이 데이트 신청을 했다. ㅋㅋ

애들 시험도 끝나고 모처럼 뜨끈한 아랫목에서 빈둥빈둥 쉴려고 했는데...

아, 이 추운 한파에 겨울바다로 가자니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이 삐지면 매서운 겨울 한파보다 더 추울 것 같아 함께 나섰다.

막상 나섰지만, 대관령 터널을 지나는데 강풍으로 차가 휘청할 정도였다.

차 안에 히터를 최대로 올려도 왜 이리 무릎이 시린지.

 

겨울바다다. 올해는 조금 늦었지만 해마다 12월이면 이 곳 속초에 한 차례 들르긴 한다. 이곳에서 남편은 형을 떠나보냈다.

데이트 신청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짐작하기에 애들 시험기간이라 미루던 행사를 위해 사실은 기꺼이 따라 나섰다.

설악산 공룡바위가 한 눈에 보이는 그 끝자락에 형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아우의 마음.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주를 따라 드리고, 찬 바람 속에서 우리는 한 참 말없이 있다가 돌아섰다.

아주벗님은 직장을 그만두면 바닷가 근처에서 바다 낚시나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는데 그래서그런가, 아주벗님의 마지막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악산이 되어버렸다.

 

오늘따라 강풍으로 파도가 심하게 요동친다.

 

다시 잠잠해지는 바다.

 

또다시 파도가 인다. 이렇게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점심을 먹기 위해 속초 아바이순대마을을 찾았다. 남편이 1박 2일에서 보았다면서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루터에 도착했다.

 

짧은 거리의 호수를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야 된다. 사람, 자전거, 수레 각각 편도에 200원이다.

 

뱃사공과 손님들이 직접 줄을 끌어 운행한다.

 

재미삼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나룻배를 끌고 있다.

 

6.25 전쟁 때 이 곳 인근에 미군 부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실향민들은 빠르면 보름, 늦어도 석 달이면 군인들 따라 함께 고향으로 갈 수 있겠지

하면서 이곳에서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60년의 세월이 지나게 된 것이다.

아바이마을의 유래도 아마도 아버지를 '아바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 곳 속초 사람들이 지어준 것일 수도 있다.

 

바닷가에 이렇게 아바이순대집이라는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여져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1박2일 현수막이 집집마다 다 걸려있는 걸 보니 평소에 관광객들 유치 노력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층집. 우리 남편은 어딜 가나 꼭 전망이 좋은 집을 찾는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를 섞은 모듬순대는 20,000(소)이고, 순대국밥은 6,000원 동동주 5,000원.

동동주잔이 참 특이했다. 동동주는 꼭 나한테는 맛만 보게 하고 운전은 날 시킨다. ㅠㅠ 생옥수수동동주여서 맛이 좋았다.

순대를 새우젓과 곁들여 먹으니 참 좋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층.

 

분단의 아픔으로 생겨난 아바이마을, 어딘지 모르게 슬픈 애환이 있을 것 같은 마을이다.

아바이순대 맛을 보면서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 접하게 되었다.

춥지만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름 겨울 바다 구경도 하고, 의미있는 짧은 여행을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