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한차례 여름 손님이 떠난 뒤...

방림재 2010. 8. 8. 12:26

장마가 끝났다고 해도 간간히 내린 비와 습도로 8월초는 유독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한차례 여름 손님이 다녀가신 뒤 빈자리를 꽃들이 메워주고 있다.

사람의 기운은 참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어제 아침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겨준 연꽃. 올 봄에 수련 한 포기를 얻어 항아리에 키워 보았다.

저 안에는 미꾸라지 세 마리도 함께 살고 있다. 

 

수련꽃이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연꽃과 달리 수련은 꽃잎이 수면과 붙어서 핀다.

순백의 하얀 꽃 안에 앙증맞은 노랑을 감추고 있다가  아침이면 활짝 모습을 드러내는 색감.

 

이 꽃 이름 아는 분을 아직 못 만났다. 소나무 둘레에 씨를 뿌렸는데 작년보다 더 많이 올라왔다.

 

상사화. 봄이 되면 잎들이 파랗게 올라오고, 그 잎들이 다 시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참 뒤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에 보면 언제 꽃대가 올라왔는지도 모르게 벌써 꽃들이 피어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보고 있노라면, 그 이름의 유래가 참으로 그럴 듯하다.

 

 

작은 나비 한 마리가 꿀따러 꽃잎에 앉았다.

 

좀개미취. 가을이 서서히 오고 있음을 알리는 꽃이기도 하다.

참나리꽃.

 

나리꽃. 어느 날 이 자리에 씨가 날라와 보금자리를 마련한 꽃.

따로이 옮기지 않아도 되도록 자리를 참 잘 잡았다. 

 

여름 손님이 오셔서 한 열흘 정도 아양떨면서 쫓아다니고, 먹을 것을 얻어 먹더니 이렇게 퍼졌다.

몸이 넘 무거워서 거동하기도 힘든지 차 밑에 들어가 잠만 잔다.

그래서 어제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다시 살을 빼게 할려면 매일 산책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 ㅠㅠ

산책에 졸리를 데리고 다니니 혹시나 오는 차들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점심도 텃밭에 난 것으로 단촐하게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