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평창중학교 학생들의 가을 축제인 백오제가 열렸다.
올해 신종인플루엔자때문에 각종 가을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그래도 우리는 한다."라는 이 한 마디로 전교생 360명이 너무나 값진 추억을 쌓게 되었다.
평창인근에 모든 학교가 가을 운동회며 축제를 취소시켰는데 유독 평창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우리는 할 거라고 그랬다는 말을 듣고 축제 시작도 전에 우리는 너무 좋은 선생님이다라며 존경하였다.
학창시절을 지나고 나면 공부했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행사나 놀았던 기억이 제일 많이 떠오른다.
1년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축제를 없애면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나 못하는 애들이나 어디서 한바탕 마음 놓고 놀아볼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교장선생님이 모든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행사를 강행했다는 것만 봐도 너무 깊이가 있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7년 세계비보이 챔피언이였던 '익스트림 크루'라는 비보이팀이 초정되어
오전 10시에서 1시간 동안 공연하였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수업마치고 밤에 이틀동안 했는데
올해는 평창문예회관에서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에 다 이루어졌다.
1층에는 2, 3학년과 학부모, 행사 관계자들이 차지하고 2층에는 1학년 학생들이 주로 차지하였다.
예상했던대로 1-2층 모두 떠나갈 정도의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거의 광란이였다.
비보이팀들이 학생들 몇 명을 무대 위로 올라 오게 하여 간단한 스탭을 가르쳐 주고 선물도 주었다.
비보이 공연이 끝나고 2시간정도 휴식과 점심시간을 가졌다.
개회식과 축하공연이 오후 1시부터 이루어졌다.
교장선생님의 축사가 있은 후 사물놀이로 공연 시작을 열어 주었다.
평창중학교 합창부.
행운권 추첨으로 선물을 주고 있다. 공연 사이사이에 각 학년별로 선생님과 어머니회, 운영위원,동문회등 여러 관계자분들이 나오셔서 추첨을 하여 선물을 증정하였다. 전교생이 각자 자기의 이름을 써 넣었고, 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이 상품권이나 각종 선물을 포장해 와서 미리 준비해 두었다. 다양하게 준비한 것에 감탄하였다.
1부 어울림마당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사회로 진행되어 모든 것이 학생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방송반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 조명 모든 것을 지휘해 나갔다.
노래는 각 학급에서 잘 하는 아이들이 선별되어 나왔다.
학년별 노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것인데
선곡을 아주 잘해서 그 학생하고 이미지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안무도 코믹하게 잘 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2부 마당이 시작되었다. 2부는 각 학급별 춤과 장기자랑이였다.
이번 백오제는 전교생이 다 참여하였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의 특별지시였다고 하는데 이 점에서도 또 한 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내성적인고, 말 수도 없는 애들이 사람들 앞에서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소질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셨던 것이다. 진정 살아있는 교육을 실천하게끔 하신 것이다.
우리 아들 반 선생님이시다. 여학생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셨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무열이 반 남학생들 중 몇 명은 차력을 준비했다. 고무장갑을 입으로 불었는데 저렇게 커졌다. 심사위원들에게 가고 있다. 사진을 재빨리 찍지 못해서 고무장갑이 저 사진보다 3배나 커진 것을 못 찍었다. 고무장갑을 입으로 불어서 터질 정도로 만들다니 대단하였다. 평소에 얌전하던 친구가 저런 것을 하는 걸 보니 참 타고난 저마다의 남다른 소질이 있구나 싶었다.
계속되는 차력의 한 장면. 고무줄이 끊어질 때까지 당기고 있다.
무열이팀은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춤이다. 위 사진에서 맨 가운데 있는 학생이 무열이이다.
동영상을 보면 처음 세 명이 나오고 그 다음 왼쪽에 자켓 입은 학생 4명이 나온다. 앞에 두 명, 뒤에 두 명.
그 중 뒷쪽 오른쪽에 무열이(삐쩍마르고 키가 제일 큰 학생을 쫓아가면 되는데 간간히 앞에 와서서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가 춘다. 슈퍼주니어에서 최시원역할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딱 1주일 연습 시간을 주었는데 밤 10시까지 하고 또 주말에도 연습하느라 백오제 하루 전날 몸살이 났는데 평소에는 안 먹던 약까지 먹어가면서 투혼을 발휘했다.
평소에 남들 앞에서 춤은 고사하고 노래도 안 하던 녀석이 이번에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연습을 해나가는 걸 보고 우린 그저 그 감사를 교장선생님께 돌렸다.
3학년 1반 담임선생님 사진을 춤을 마치고 한 친구가 선보이며 무대를 빠져나간다.
선생님이 펭귄 반티를 입으시고 찍으셨는데 참 귀엽게 나왔다.
학생들이 얼마나 끼가 많고 잘 하는지 놀라왔다.
덕분에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들의 또는 이웃집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고,
오랜만에 학창시절의 추억도 떠올릴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였다.
공연 중간에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막상 공연 때 목이 쉬어서 노래가 잘 안 나오는 애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웃지도 않고 응원을 보내면서 잘한다고 박수를 크게 쳐 주는 것을 들었을 때
그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5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서
참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전교 일등과 골찌가 하나가 되어 연습하고, 내성적인 학생과 적극적인 학생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고 살아있는 참 교육이 바로 이것이다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친구다. 모름지기 친구란 이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에너지가 언젠가는 모두 발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는 자리이기도 했다.
무열이가 이번 공연을 마친고 느낀 점을 말했는데
"뭐든 죽을 정도로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이날 우리 모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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