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가을산책

방림재 2009. 10. 6. 00:07

언제나 같은 길 위에서 난

그때와 다른 빛깔을 본다.

 

변해가는 나를 채 알아보기 전에 

너로 인해 나의 세월을 느낀다.

 

 

가을빛. 여름날의 그 푸르름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기계에 더 익숙한 오늘날 농사. 벼베기를 하려는 참인가 보다.  

 

논가에 심어 놓은 수수가 참 잘 영글었다. 

 

쑥부쟁이와 졸리. 꽃을 배경으로 예쁘게 찍어준다는데 저렇게 수줍어 하다니! 

 

코스모스길. 아래 마을 윗 마을 다 합쳐서 코스모스를 가장 이쁘게 가꾸어 놓은 집이다.

 

이 집 강아지는 졸리와 내가 지나가면 어찌나 짖어대는지.  

 

이제야 돌아서 가고 있다. 휴~. 좀 시끄럽긴 해도 이 길이 너무 좋아 나의 산책길로 자주 선택한다. 

 

벼를 말리고 있다. 저 길은 이제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벼가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 참 많이도 듣고 자란 말 중에 하나인데 이렇게 수천 수만의 벼가 다 익어서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걸 보면, 숙연해지면서도 허망하기도 하다.  

 

일생을 마친 벼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장님집 벼건조기는 쉴 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한 30년쯤 되어 보이는 대추나무다. 강원도에서는 대추와 밤나무가 특히 잘 되는 지역이다. 대추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여기 와서 첨 보았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을 풍광. 

 

아침의 영광답게 밤새 활짝 피어 늠름한 모습을 들어내 보이고 있는 나팔꽃.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올랐는데도 참 눈길이 가는 어여쁜 꽃이다. 

 

가을은 정리의 계절이다. 밭에서 꺾지 않고 둔 옥수수에 떼까치들이 달라 붙어 뜯어 먹고 있는 걸 모두 꺾었다.  

 

남편이 줄로 엮어서 달아 두었다. 내년이란 희망이 있어 행복하다.

 

작년에 심은 우리 집 대추나무다. 이 곳에 정착하면서 심어 놓은 대추나무는 몇 해 집 짓기 공사를 하면서 이리저리 옮겨 심다가 제대로 키워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이번엔 잘 키워 볼려고 집 가까운 곳에 심어 놓았다. 저 작은 나무에 그래도 대추가 달린 걸 보니 신기했다. 내년엔 더 잘 자라겠지 하는 믿음을 가져 본다. 

 

고무마를 캐고 있다. 

 

 어! 드디어 하나 나왔다.

 

꽃사과가 올해도 조롱조롱 달렸다. 저걸 또 어떻게 따나? 이렇게 작은 꽃사과인지 모르고 심었더니 애물단지가 되었다. 안 따고 두자니 좀 아깝고, 따자니 하 세월이구...  그래도 따서 작년처럼 효소를 담글 생각이다.

 

시골에 온 지도 8여년.

한 해 한 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우리네 인생과 흡사하다는 걸

세월이 갈수록 뚜렷하게 와 닿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속할까? 여름의 막바지? ㅎㅎ

 

가을은 참 오묘하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눈이 부시게 푸르고

가을 햇살을 맡으면 심장이 부풀어 오르게 한다.

눈물이 날정도로 아름다운데...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가슴 한 켵은 서글프고 시릴까?

 

아마도 겨울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산책을 많이 많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