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우리나라 축산물도 알고 먹자.

방림재 2008. 7. 28. 08:02
       '축산물', 그 대안을 찾자 (1)
                                
                                 - 우리나라 축산물 생산의 현실 -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다가 나누는 대화다. 소주를 권하자,
“감기 때문에…….”
“그래? 그럼 따로 약 먹지 말고 삼겹살이나 많이 먹어. 그래도 안 나으면 치킨 한 마리 시켜 먹고.”

시 이런 농담을 나눠 본적이 있으신지요? 축산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농입니다. 이미 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우리가 가끔 먹는 축산물의 생산에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감기 걸린 사람이 먹으면 약 지어 먹는 것과 같다는 얘기지요. 다행히 내가 있는 홍성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친환경 축산이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보자면 그저 농담이라고만 치부할 얘기가 아니지요.
 
가지 더. 혹시 ‘양봉원’이 뭐하는 곳인지 알고 계신지요? 벌을 키우는데 필요한 자재를 모아놓고 판매하는 곳이지요. 거길 가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꽤 큰 양봉원이었는데 앞마당에는 지게차로 들어다 내려놓은 설탕포대가 팔레트 채로 여기저기 쌓여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거긴 아예 약국이었습니다. 한쪽 벽이 수십 가지 약으로 가득 채워져 있더란 말이지요. 훗날 토종벌을 키운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제야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지요.

들이 먹고 살아가는 양식으로 양질의 꿀을 생산해 저장하는데, 인간이 그걸 빼앗아 먹고 대신 설탕물을 제공하니 벌들은 병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온갖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약과 항생제가 또 필요한 게지요. 모든 꿀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벌들이 꽃까지 날아갔다 돌아오는 수고를 줄여준다며(사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아예 꽃이 만발하는 시절에도 설탕물을 벌통에 밀어 넣고 설탕으로만 키우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양봉도 축산에 속하는 것은 아시지요?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봐 대단히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얼마간 축산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았기에 한층 더 조심스럽게 그간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축산물에 대한 불신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불신을 해소하는 일은 감추기보다 오히려 정확하게 드러내고 대안을 찾는 일이 옳다고 믿습니다. 또한 대안적인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축산환경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옆 사진은 한 유기축산 농가의 송아지) 



그러기에 앞서 간단히 제 소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001년에 귀농학교를 마치고, 2002년에 경기도 가평으로 내려가 시골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안정적인 정착지를 찾아 전북 장수에 자리를 잡았다가 2005년에 다시 충남 홍성으로 옮겨왔고 최근 2년간은 홍성풀무생협이라는 유기농업 생산자 단체에서 축산담당 실무자로 일해 왔습니다. 요즘은 너무 바쁜 관계로 농사는 접고 실무자 생활만 하고 있지요.

성풀무생협은 축산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쌀과 채소분야에서는 이미 유기농업을 시작한지 이십여 년이 흘렀고, 5년 전쯤부터는 순환농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면서 친환경축산을 시작했습니다. 한우, 돼지, 닭, 달걀과 함께 요구르트 및 약간의 육가공품도 생산하고 있지요. 축산생산자만 50여명이 넘는데 그분들과 호흡하면서 생산관리와 유통에 관여하는 것이 제 업이었습니다.

참, 참고로 저는 축산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현재 소나 돼지 따위를 키우고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는 글은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만 현재 한국 농업에서 축산이 어떤 상황인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축산은 어떤 것인지, 소비자로서 축산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 따위의 생각을 제 경험에 비추어 정리하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다음번에는 농민들에게 있어서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글_김영규(충남 홍성에 귀농. 귀농운동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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