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도착해도
명순이가 혼자서 척척 잘 해서
도와줄 것도 없어
부엌에서 하릴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명순이 남편이 감국을 따오라고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소쿠리 두 개를 챙겨 방림재 뒷산으로 향했다.
길가에 감국이 천지였다.
깊숙한 곳은 뱀이 있을지 모른다고 명순이가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길가에 핀 것만 잠깐 땄는데도 이만큼이었다.
사진기를 늦게마나 챙겨서 나오니
어느새 소꼽놀이 판이 벌어져 있었다.
사진을 찍으니, 현빈이가 졸리도 오라고 부른다.
졸리는 토종닭 살 바른 뼈를 물고서 편하게 먹을 데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기양이가 명순이한테 "졸리 임신했나?" 하고 물었더니 "아니 살이쪄서 그래.'
졸리가 못 들었으니 망정이지, 아니 졸리는 들어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을 개다.
명순이가 챙겨 가라고 했을 때는
집에 가져 가서 행여나 먹겠나 싶어 거절했다.
집에 오는 날, 명순이 남편이 그냥 집에 말려두어도 냄새가 좋다고 봉지 가득 챙겨주었다.
지금은 바짝 마른 감국이지만 향기는 여전히 좋다.
감국 향으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