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칠보산 송이버섯

방림재 2007. 10. 19. 10:34

가까이에 70-80년대를 거쳐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시고

평생을 가난하고 힘없는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신 노목사님이 귀농해서 사신다.

아직도 결혼하지 않는 노처녀시다.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아직도 어린 현빈이와 같은 동심을 갖고 계신다.

볼 때마다 더 어려지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 월요일 저녁에 전화를 주셨다.

"누가 뭐 좀 갖고 왔는데 우리 같이 먹자."

 해서 눈치 빠른 내가 "목사님, 혹 송이 받으셨지요?"

"어^ 어어 그래. 난 뭐 어떻게 먹을 줄도 잘 모르고 이웃과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 방북한 노무현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칠보산 송이를

각계 인사 5,000명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그걸 보고 난 '아마 조목사님은 받으시겠지.'라고 중얼거리고선

잊고 있다가 전화를 받으니 바로 그거구나 생각이 미쳤다.

하여간 이웃을 잘 만나야 돼.

하면서 우린 들뜬 마음으로 화요일 점심만찬에 갔었다.

목사님의 첫 말씀 "응 어서와. 나 어때? 예쁘지?" 그러고 보니 정말 화사하였다.

옷도 고운 걸 입으시고. 현빈이랑 진짜 똑같다는 생각을 또 했다.

사찰요리책에 보면 송이를 구울 때 기름을 두루지 않고

송이잎을 따서 프라이팬에 깔고 그 위에 약한 불로 송이를 구우면

기름 냄새로 송이 향의 감소를 막을 수 있다.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아껴두셨던 도자기 그릇을 골고루 꺼내셨다.

대관령에 계시는 다른 노목사님 한 분은 사정상 다음 날에 오신다고 하였다.

이웃에 계시는 다른 분들과 함께 우리는 귀한 송이를 이웃 잘 만난 덕에 맛볼 수 있었다.

향이 정말 강하였다. 벌써 산에서 따서 각 개인에게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을텐데도...

남한의 송이와 맛은 거의 차이가 없으나 향만은 진하였다.

왕의 하사품을 그냥  먹기가 뭣하여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생일날 받은 레드와인을 갖고 갔는데 송이랑 참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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