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오대산 산책

방림재 2007. 10. 18. 10:46

월요일에 오대산을 산책했다. 생일이 하루 지났지만 생일 선물받으로 간 것이다.

오대산 월정사 주변에 오대에 다 암자가 하나씩 있다.

그 중 서대에는 영감사라는 암자겸 선방이 있다.

평일이라도 때가 가을이라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다녔다.

하지만 월정사로 가거나 아니면 그 위 상원사를 가기 위해 우회하는 차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우회하는 길을 따라 영감사로 갈 요량이였다.

올 봄에 그 길을 산책하여 영감사의 큰 스님 한 분을 만났었는데

단 5분의 만남이 아직까지 여운을 주어 이렇게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나의 생일선물이였다.

둘이서 함께 산책한 것이 무열이 낳고는 첨인 것 같았다.

한 시간을 계곡을 따라 가을 단풍과 새, 다람쥐들과 함께 했다.

월정사 주차장에서 대략 한 시간 걸으면 영감사가는 길이라는 표시판이 나온다.

거기서 그 표지판 따라 좌측으로 30분 걸어 올라가면 '영감난야'라는

인도어에서 유래된 말로 현판을 걸어둔 자그마한 선방과 정갈한 마당과 텃밭이 나온다.

월정사 주변이 분주한 반면 이 표지판에서 걸어가는 30분은 딴 세상같다.

너무나 고요해서 마치 다른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화창한 날씨인데 그늘로 들어서면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다시 해가 나오는 변덕스런 그러면서도 고즈넉한 아침이였다.

'영감사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나왔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2키로 더 가서

'오대산방'이란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표지판은 2키로라고 써 놓았는데 한 3키로는 더 온 것 같았다.

12시 40분정도에 도착해서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고는 산방 내부를 둘러보니 재미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내가 물어보았는데 한 예술인이 꾸며주었다고 한다.

눈치가 보여서 한 작품만 찍어왔다. 아마 어린 애가 그린 작품인 것 같았다.

그리고 서서히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고 한 10분 기다리니 조금 걷히는 것 같아 나오기 시작했는데

왠 걸 본격적으로 다시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 맞고 걷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마 20년.

결국 안 되어서 영감사가는 일을 담으로 미루고(사실 그냥 나오느라 빈손으로 온 것도 있고)

차를 얻어탔다. 월정사 앞에서 2시 15분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차는 수리를 위해 진부에 맡겨두었다)

오랜만에 비를 맞고 함께 걷고, 버스도 타고, 남의 차도 얻어 타 봤다.

비가 와서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내 마음에 고스란히 담았다.

마흔 생일은 참 거창했다. 전야제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날까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대산 단풍은 다음 주가 한창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