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김장담그기

방림재 2007. 11. 25. 13:10

올해는 김장 무와 배추 농사를 못했다.

배추 모를 심어야 될 때 계속된 비로 마을에서도 농사 지은 이래

배추 사는 해는 첨이라 그러시는 할아버지도 있어서 게으른 농사꾼이 할 말이 생겼다.

마을에 서울까지 배추를 실어달라는 노부부가 계셔서 두 차례 배달해 주고 그 집 배추, 무를 얻기로 했다.

배추를 심은 사람도 비와 흐린 날씨로 인해 모종이 다 녹아버려서 가을 끝이면 들판에 오가면서 시퍼런 배추를 올 해는 그다지 보질 못했다.

 

항상 12월 초에 하던 것을 지난 주말에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다는 말에 그 전에 배추를 뽑아왔다.

남의 밭에 있으니 관리하기도 그러해서 무와 배추를 뽑아와서 마당에 덮어두었다.

그리곤 날이 눅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올 해는 이른 첫눈이 이틀 연속으로 오는 바람에 이제나 저제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수요일에 조금 날이 풀린 듯하여 배추를 절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꼭 내가 배추 절이는 날은 바람이 불었는 것 같다. 결혼식 때 신부가 못 됐으면(소리나는 대로 하면 못 땠으면) 꼭 하늘에서 잊지 않고 비를 내린다던데 내 결혼식 때 비가 내렸다. 그와 같은 맥락인가? 꼭 김장할려고 하면 바람 불고 춥다. 날을 진짜 못 맞추는 건가? 다음 날 배추 씻는 날에는 조금 더 풀린 것 같았다. 이곳 평창에 첨 와서 읍내에 1년 살았는데 그 이웃 아줌마들이 와서 도와준다고 전화가 와서 금요일로 약속을 잡아두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눈발이 휘날리더니 또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에고, 뭐 그래도 배추는 죽었는데 그걸 어찌 계속 그냥 둘 수 있는가?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밖에서 비 맞으며 이것 저것 날라다 주며 잔 신부름 한 남편 덕분에 일이 더 쉽게 끝난 것 같다. 두 해째 둘이서 하다가 올 해는 이웃 분들 도움으로 오전에 쉽게 끝났다.

하여간 내 김장은 추울 때 담가서 그런지 다들 맛있다고는 했다. 거기에 꼭 들어가는 육수도 있지만.

내 김치의 비밀? 함 구경해 볼까요?

포기 수로는 70포기인데 포기가 그렇게 많이 안지 않아서 절인 후에 양이 많아 보이질 않았다.

 

하루를 절이고 다음 날 씻고 있다. 작년에 수해가 나서 큰 물이 올라온 그 밭에 배추를 해서 그런지 올 해 배추 맛이 정말 좋았다. 절인 것을 그냥 먹어도 좋다. 딱 맞게 절여진 것 같다.

 

도와주시니 한결 수월했다.

 

난 백김치할 재료를 썰고 있다. 항상 백김치가 손이 많이 간다. 밤, 대추 써는데 시간 진짜 안 간다. 저 밤을 속으로 넣으면 밤만 잘 빼먹는 우리 딸.

 

빨간 김치 다하고 또 이걸 도와주신다.

 

안에서 여성들이 하는 동안 언제 또 구덩이 파고 단지 묻어서 김치를 다 날라 넣었다.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 두었네. 이제 배 갈아서 소금물만 백김치에 넣으면 된다. 백김치에 들어갈 물은 배추 마지막 씻고 빠진 물을 꼭 남겨두었다가 활용한다.

 

아, 이제 끝났다. 배추 된장국에 돼지고기 삶은 것에 김치류. 저 밥은 흑미, 팥밥인데 아주머니들이 되게 좋아하셨다.  그래서 다 퍼 드렸다. 돼지고기에 뿌린 까만 것은 달맞이씨다. 내가 야생에서 나는 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깨처럼 볶아 쓸 일 없고, 그냥 털어서 깨 대용으로 쓰면 된다. 밤에 달을 보고 피는 달맞이 꽃의 씨이다. 첨엔 그것으로 다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음식의 재료로 써도 참 좋았다.

이제 나의 겨울 준비는 끝났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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