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에 태풍이 왔을 때의 일이다.
주차할 공간을 찾아 서행하면서(사진상으로는 왼쪽 차선으로)가고 있다가 결국 주차할 곳을 못 찾아
유턴해서 다시 이 길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불과 5초간에 일어난 일이다.
과정없이 결과만 보았기 때문에 가슴을 쓰러내릴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별로 다치지는 않아도 차가 지그러졌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시간을 소비할 여러가지 일들이 생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무가 참 곱게 쓰러졌다. 바로 옆 주차한 차들도 건들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 경복궁을 탐방할 때 경복궁 출입구에 '만차'라는 안내판을 보고 우리는 도로 건너편 현대미술관공사장 앞에 주차를 하였다.
공사를 하기 때문에 임시 담을 만들어 세워두었고,
여느 가게 앞처럼 주차공간선이 있었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주차를 하였고, 거기에는 두 서대 더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는 경복궁을 잘 보고 나와 운좋게 잘 주차한 우리 차를 끌고 나왔다.
그리고 평창와서 이틀 뒤 바로 그 공사장에서 화재가 났다고 했다.
물론 공사장 바깥 쪽에 차가 있었으므로 큰 일은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바늘이 어느 순간에 어디에 맞쳐지는냐에 따라 그 순간부터 미래는 또 달라지는 것이다.
참 공교롭게도 위 두 가지 사례만 갖고 보더라도,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과도 같다.'
'무얼 더 바라겠는가?'
한 순간 한 찰라에 따라 0.1mm만 비껴나가면 그것의 미래는 처음의 가고자 하는 선과 엄청난 간격으로 벌어져 나아가게 된다.
요즘은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다가 보면, 손에 무엇을 들고 또 다른 일을 할 때가 더러 있다. 아니 꽤 자주 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가사 일이라는 것이 손에 손을 이어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한 손에 뭔가를 들고 또 다른 것을 할 때 원활히 진행이 안될 때가 있다.
그럼, 결국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고 있던 한 손의 것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양손을 이용해 거뜬히 쉽게 일을 처리한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무언가를 새로할 때는 기존의 것을 하나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그리고 또 두 손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게 된다.
<화재로 인해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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