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참교육 사랑

시간 속의 아이들 사진-아들에게 띄우는 편지

방림재 2012. 3. 29. 14:36

 

무열이와 현빈. 최근 이 사진을 보면서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나간 사진들을 한 번 꺼내 보았다.

 

무열이가 8살쯤 귀농 초창기.

 

2002년 8월 방림재 살림채 상량식할 때.

그 당시 현빈이 슬리퍼다. 마당이 온통 낙엽송 가시밭이였는데 저 슬리퍼만 신고 다녔다.

그날 저녁에는 발바닥을 올려다 보며 "낙엽송 가시가 박혔어"라고 말하곤 했다. ㅋ

 

집 지을 때 현빈이는 늘 따라다니며 구경했다.

 

2002년 10월 29일에 입주해서 겨울을 보내며, 아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주로 박스(box)를 갖고 놀았다.

 

밖에서 놀다가 피곤하면 어느 새 들어와 자고 있었다. 자기 몸 하나는 어릴 때부터 진짜 자기 몸은 잘 챙긴다.

 

친구들이 놀러와 함께 노는 무열. 평소에는 정적(靜的)이지만, 놀 때는 온 몸을 다 바쳐서 논다.

 

2001년 여름 사랑채를 지을 때이다. 현빈이가 막 첫돌을 지난 뒤였다.

 

2001년 아직 도시에 있을 때 모습

 

 

무열이가 워낙 혼자만 있다가 동생이 생겨서 그런지 무열이랑 현빈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잘 놀았다.

 

현빈이 백일때.

 

현빈이 돌잔치를 집에서 했다.

 

방림재에 와서 둘은 산으로 탐험을 자주 다니곤 했다.

 

강원도 겨울이 길어 방림재에 와서는 거의 해마다 2월 말이면 봄맞이 여행을 떠났다.

이 때는 남도 여행을 하였는데 다산 정약용선생의 유배지 다산초당가는 길.

  

2003년 비가 내리는 7월의 여름. 아빠랑 수다떨면서 비구름 구경.

 

이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2001년 귀농해서, 지인들과 집을 짓다가 찬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을 다 돌려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흙벽 갈라진 곳을 메꾸던 시기였다.

현빈이는 거의 멍하니 산천을 구경하면서 지냈다. 하루는 이 의자에 앉아 마을과 탁트인 앞산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기에,

잠시 불러 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이 시기의 현빈이가 가장 성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빈이는 교육을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면서 간간히 얘기한다.

 

지식이 쌓이면서 자연의 순수성이 점점 퇴색되기 때문이겠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앎이 쌓이면 쌓일수록 외기(外氣)와 통하는 통로가 짧아지고, 끝내 완전히 닫혀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외기와 통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과 대화, 신과의 대화, 혹은 그러한 느낌 체계, 떨림이 존재한다는 것.

 

2006년 2월. 그 해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다.

이대로 봄을 맞이하면 너무 힘겨울 것 같아, 우리 가족은 푸켓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마 시골에 적응하는 단계였던 것 같다.

이제는 봄맞이 여행을 안 가도, 그 자리에서 봄을 잘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ㅋ

 

푸켓의 날씨는 더웠지만, 겨울이 진저리났던 우리는 즐겁게 견뎠다.

 

새벽, 잠이 덜 깬 현빈. 그 때의 현빈이 공항 패션 ㅋㅋ

 

푸켓에 도착했는데 너무 곤히 자고 있어 차마 깨우기 미안한 아빠.

 

무열이는 여행을 참 좋아했었다. 나가면 신나게 잘 놀았다.

 

중학교 때 평창강에서 낚시하는 모습. 흐르는 강물에서... 그 때 물고기를 잡았던 기억이 난다.

 

 

아는 이모가 와서 찍어준 사진.

 

예나 지금이나 눈썰매는 늘 탔구나.

 

2004년 여름. 위 사진은 효소 채취하는 장면. 망초꽃을 따고 있구나. ㅋ

아래 사진은 산딸기 따러...

 

사촌들이 와서 칼싸움하며 놀던 때.

 

햇살 좋은 날 둘이서 해바라기 하던 때.

졸리와 밤이도.

밤이는 어느 날 우리 집을 찾아와 살던 강아지인데 2년 뒤 어느 날 또 집을 나갔다.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

 

일본 高知県에 川, 즉  '니요도가와(によどがわ)'라는 강이 있다. 

그 강은 일본에서 제 1급수로 주변 자연 경관과 함께 최고의 청정 지역으로 꼽는다.

한 사진 작가가 물까마귀(かわがらす)을 소재로 사진을 찍는데 그는 이 곳 '니요도가와'에 자주 온다.

탠트를 치고 물까마귀가 오기를 한 참 기다린다.

잠시 후, 드디어 까마귀가 물 속의 먹이를 쫓으러 왔다.

물까마귀의 몸 색깔은 온통 검정색이다.

그러나, 먹이를 잡으러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면, 검정색 몸 빛깔이 푸른빛으로 바뀐다.

그 작가는 물까마귀의 변신술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즉, 태양의 7가지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파란색이 맑은 물의 얕은 층에서 가장 많이 산란이 된다.

그 때 물까마귀의 날개짓하는 날개는 흰 거품으로 인해 흰색으로 보이고, 몸통은 푸른 빛깔을 낸다.

마치 지상에 내려온 천사의 모습이다.

작가는 물까마귀보다 자연의 파란색을 렌즈에 담고 싶다고 했다.

먹이를 물고 물 표면으로 비상하는 물까마귀의 한 장면, 그 타이틀은 'Blue Angel'이였다.

 

숲 속에 봄 비가 내린다.

초록 잎 위에 물방울이 동글동글 맺힌다.

그 물방울 속에 4월의 벚꽃도 맺혔다.

'さくらが とじこめられます'(벚꽃이 갇혔습니다.)라고 표현했다.

 

NHK의 자연스패셜에서 본 것인데

예술을 하고자 하는 너에게 꼭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사물을 보는 각도, 보는 공간, 보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사물말고도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단 한 순간 찰라라 하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각( 視角)을 가질 수 있는 예술가의 심성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측면도 함께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품어야 

다른 이의 가슴에 울림을 줄 수 있단다.

 

With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