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아버지를 그리며...

방림재 2012. 2. 21. 17:58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글.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의 물음에 글로 답하셨다.

이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에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그 끈을 놓지 못하셨다.  

 

 

아버지를 그리며

 

서늘한 땅 속 깊이 아버지를 묻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땅을 내려다 보고

주변을 둘러봐도

모든 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오직 아버지만 그 속에서 빠져 나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한 번 더 내려갈 것을

 

이럴 줄 알았으면

밥알 흘리고 드신다고 잔소리도 하지 말 것을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한다 말 한 번 더 할 것을...

 

이제는 돌아서 아버지라 불러도

대답없는 메아리의 울림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더듬거리며 내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남기신 그 한마디 

"있어"

 

그립다

내 아버지

 

부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자식이 죄를 짓는다 하였거늘,

이제야 온전히 그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된 즘...,

이미 늦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