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난을 치면서 기다림을 배운다.

방림재 2012. 1. 20. 21:47

시골에 온 지 10년에 접어드는 겨울을 맞기 전,

올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가을부터 난을 치기 시작했다.

 

 

 

 

4개월이 지난 후 나의 난이다.

가까이 유화를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은 사군자를 시작했다가 같은 그림만 계속 그려서 지겨워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같은 그림만 계속 그려서 어쩌면 좋아할 것이다.

아니, 그것이 같은 그림이 아니여서 어쩌면 더 좋아할 것이다.

같은 내용, 같은 그림의 구도를 계속 그리더라도

어제와 오늘이,

아까 전과 지금이,

나의 마음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진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거울로 난을 치는 것을 수도의 하나로 여겼을 것이다.

 

無求眞見美人心

;구하고자 하는 바가 없으면 진실로 미인의 마음을 본다.

 

나는 이 글귀가 좋다.

아무 것도 구하고 자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절로 눈에 보이고

또한 그것이 들어오고 나가는 이치를 깨달을 것이다.

 

 

<난>

 

그대는 나에게 편안한 쉼을 준다.

말없는 그대는 다정한 벗이자

손끝을 통한 냉철한 나의 분신이다.

 

그대는 외로움을 달래는 위안처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시간의 기다림을 배우게 하고

이 순간에 나를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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