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어린이날 서울나들이

방림재 2010. 5. 11. 00:22

어린이날이 되기 전에 현빈이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동대문시장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여러가지 만들고 싶은데 사고 싶은 재료가 평창에는 없다고 한다.

현빈이의 꿈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화가였는데 여자 옷만 그리는 화가라 했던 것이 점점 범주가 좁혀지고 있다.

그래서 아빠랑 엄마랑 오랜만에 서울을, 그것도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대문 시장을 가게 되었다.

이천 휴게소. 서울가는 길에 꼭 들르는 휴게소.  

 

초코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행복해 한다.

시골사람들의 휴식은 도시 사람과는 반대로 도시인들이 늘상 즐기는 맛과 구경을 하는 것인 것 같다. 

 

휴게소의 토끼들. 새끼들이 많았다.  

 

동대문. 

 

뉴스에 잘 나오는 청계천. 저 멀리 동대문 평화시장.

동대문 평화시장은 각종 재료들을 파는 곳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재료상들이 밀집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정말 전국에서 온 상인, 외국인들, 연신 수첩과 전화를 하면서 메모하는 신참 디자이너들. 한 번에 알아보는 아빠.

아빠가 시골 오기 전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밀리오레에 점포를 내어 옷을 만들어 판 적이 있다.

그때 매일같이 이 동대문시장을 누비고 다녔는데 딸을 데리고 다시 찾은 표정이 허탈한 웃음뿐이다.

정말 지겨워서 다시는 안 온다고 했던 곳이라나~~

 

 

C동 지하에 세미레이스가게. 현빈이가 가기 며칠 전부터 사고 싶은 재료들을 파는 가게를 인터넷으로 찾아 메모를 했는데

그 첫 번째로 레이스가게였다. 메모에 적힌대로 진짜 그 가게가 있었다. 인터넷 세상을 또 실감했다.

꼬마손님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는 가게 아주머니는 3,000원짜리 레이스를 사는데도 영수증까지 챙겨주셨다.

 

 각종 구슬과 장신구들.

 

사고 싶었던 유리병을 보고 반가워 한다. 

 

가게 호수와 전화번호, 사고 싶은 재료가 적힌 목록. 나도 이제서야 자세히 본다. 여기서는 1,500원짜리 파란색 머리띠 하나. 

 

 여러가지 끈이 종류별로 있다.

 

전시된 퀼트제품. 정말 넘 예뻤다. 판매는 하지 않고 재료만 파는 곳이다.

여기서 퀼트용 바늘을 샀다. 먼저 바느질을 익히기 위해서는 퀼트용 바늘로 해야 한다고 한다.

 

아는 일본인 아줌마가 근무하는 호텔이다.

오늘 현빈이때문에 특별히 호텔에서 자라고 배려해 주셨다. 보통은 집으로 가는데, 호텔 근무자는 1년에 한 두번 가족들을 위해

무료 숙박을 제공하니 부담없이 쉬라고 권하셨다. 현빈이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호텔 야외 바베큐 뷔페장. 4월부터 10월까지만 오픈하는 곳이다.

마침 어린이날이라 어린이를 데리고 온 손님도 꽤 많았다.

삐에로 아줌마(언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줌마였다)가 아이들을 위해 풍선아트를 해 주고 있다. 

 

뷔페는 정말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ㅎㅎ 생맥주는 정말 맛있다. 

 

내내 오빠가 마음에 걸렸다.

고등학교 중간고사가 5월 4일 그리고 하루 쉬고 6, 7일이여서 어린이날도 못 놀고 공부해야 했다.

큰 애가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더욱 피부로 와 닿았다.

일반 고등학교도 특목고처럼 시스템을 운영하다보니 아침 6시에 깨워 밤 11시까지 공부시킨다.

그래서 현빈이는 일찌감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램이다.

현빈이가 공부도 잘 할려고 의욕이 있지만, 공부만 그렇게 많이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무열이에게도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 나가지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도시에서의 각박한 삶이 싫어서 시골생활을 하러 왔는데 아이는 다시 그 현실로 내몰아 놓았으니 부모 마음이 착찹하고 무겁다.

 

 

하루 밤 자고 나서 호텔 15층에서 내려다 본 서울 거리. 아침에 보슬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벌써부터 이렇게 차들이 빼곡히 다니고 있다.

서울은 늘 이렇게 분주하고 바쁘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맛난 것도 많고, 보기에 예쁘고 깨끗한 것도 정말 많다.

그런데 단 하루. 그 하루로 족하다. 더는 못 있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좋은데 왜 이렇게 불편하지.

물에서도 냄새가 나고, 그 좋은 호텔인데 어딘지 모르게 쾌적한 느낌이 안들고, 밤 늦게까지 먹고 자서

속도 불편하고. ㅋㅋ 역시 촌놈은 촌에서 살아야 되나 보다.

집에 와서 바로 끓여 먹은 것이 된장국이다. 이제야 살 것 같다. ㅎㅎ

서울 사람들이 그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안스럽고 미안했다.

우리가 넘 편하게 지내서 또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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