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고등학교에서 군민들의 생활영어 회화를 지도하신 원어민 강사 제레미 선생님이 우리 집을 찾았다.
그동안 포항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다음 달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원을 다니게 된다.
돌아가기 전 그의 부모님을 초대하여 자신이 생활 곳을 주로 해서 한국 여행을 시켰는데 마지막 코스로 이곳 평창을 찾았고,
우리 집에도 오게 되었다. 예전에도 한 원어민 젊은 선생님이 미국으로 가기 전 부모님을 초대해서 여행을 하는 걸 보았다.
어쩌면 요즘 시대에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인들이 더 효를 행하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20살이 되면 모든 학비를 본인이 알아서 준비하고, 한국학을 전공한 이 선생님은 플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돈을 벌면서
공부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 관광도 시켜 준다.
우리나라 20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래서 나이가 젊지만 배울 점이 많다.
그 때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 몇 명도 초대했다. 이제는 애기 엄마가 된 친구도 있다.
정자로 자리를 옮겨 점심 식사를 하였다.
남편이 직접 담근 술을 꺼내 왔다. 며칠 전에 거른 것인데 담근지 6개월 된 것이다. 알코올 도수는 10도 정도 되었다.
왼쪽부터 효소주, 마가목주, 솔순주.
효소주는 신맛과 단맛 그리고 겨우살이의 쏘는 듯한 맛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술이 젤 좋았다.
마가목주는 술을 잘 마시는 남성분들이 좋아한다. 색깔도 그렇지만, 양주와 비슷한 맛이 난다.
솔순주는 연한 막걸리와 같은 맛이다. 송진과 송화가루때문인지 색깔이 뿌옇다.
연못가에 붓꽃이 이쁘게 핀 여름 한 낮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대리석구이.
여기와서 10 여년 남편 손님만 거의 치렀으니, 이제는 본인이 갚는다면서 요즘은 꽤 열심히 손님 접대를 차분히 하고 있다. ^ ^
작업복까지 입고서 고기구이를 하는데 변선생님께서 고기굽는 것 하나는 권형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그러셨다.
예전에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권형의 '카르마'라면서 또 그러셨다.
다년간 연구하여 체득한 것이라 답하는 남편. ^ ^
제레미와 부모님. 부모님들은 세인트루이스에 살고 계시고, 제레미가 미국으로 가서 다닐 대학원은 시애틀에 있다고 한다.
특별한 만찬에 정말 감사하다고 그러시길래, 남편이 그럼 노래로 답례를 하시라고 그랬더니 주저함없이 노래에 응했다.
남편이 '사랑가'로 답가를 했다.
아들과 어머니가 참 다정하다. 서양인들의 공통점은 동양인에 비해 이야기할 때 민망할 정도로 눈을 쳐다보고 한다는 것이다.
눈빛이 경계의 눈빛이 없다. 동공을 늘 열어놓고 있다. 즉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현빈이가 쑥스럽다면서 안 할려고 하는데 주위의 성화에 못이겨 마지못해 '어린이날'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는 좀 더 시원하게 잘 부르는데 좀 쫄았는 것 같다. ㅎㅎ
'You are my sunshine' 아는 노래가 나와 함께들 부른다.
오, 나의 징크스. 극복하기 참 힘들다.
내가 청소를 할 때 꼭 현관의 신발 벗는 곳을 마지막으로 닦고는 걸레를 빨고 햇볕에 말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름에 이 곳을 닦으면, 꼭 그 날 비가 오고, 겨울에 이 곳을 닦으면 눈이 왔다.
일기예보에 비온다는 말이 없어도 내가 닦으면 꼭 비나 눈이 왔다. 진눈깨비라도...
이날 햇볕이 너무나 찬란하게 뜨거워서 절대로 비가 안 온다면서 이제는 극복해 보자고 그랬는데 역시 못했다.
얼마 전에도 손님이 왔을 때 닦을까 많이 주저하다가 닦았는데 1시간도 채 안 지나서 날씨가 흐리면서 바람까지 동반한 비가 내렸다.
최근에 두 번씩이나 그랬으니 앞으로 손님이 올 때는 특히나 이 곳은 닦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징크스에 무릎을 굽혔다.
그래도 비가 필요할 때라 산중의 소나기는 정겹긴 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집으로 다들 들어왔다.
현빈이가 케논을 연주하자, 제레미 부모님이 자신들 결혼식때 음악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쳐 보라고 했다. 케논 변주곡을 듣고는 자기가 악보없이 만들어서 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현빈이 케논곡이 되어버렸다.
눈을 감고 치다가 틀렸다면서 조금 아쉬워했지만, 요즘 피아노치는 것을 무척 재밌어 하고 있어서 그런지 듣기 좋았다.
특히 제레미 어머니의 눈물까지 쏟게 만들었다. 지나간 회한이랄까? 그 이상의 무엇이 가슴을 울린 것일까?
그런데 참 아름다웠다. 내가 말하는 여성성은 저런 것이다. 느낌이 살아있는, 따뜻함이 유지되어 있는, 평소에는 들어내지 않아
그 깊이를 다 알지 못하다가 이렇게 돌발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그런 여성성.
아들이 따뜻하게 포옹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우리가 아들 참 잘 두었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짧은 만남이였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하였고, 그들도 이 짧은 만남에서 한국의 좋은 점만 많이 배우고 갔기를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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