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를 거듭하면서 한 포기 한 포기의 꽃잔디가 이렇게 번졌다. 저기 위쪽으로는 흰색 꽃잔디가 분홍색에 밀리어 꽃을 피울랑말랑하고 있다.
올해는 남편의 손을 빌려 울타리를 세워 주었다. 자동차가 오르내리면서 한바퀴 휘 돌 때마다 짓밟힐까봐 불안했었는데 이제는 안심이다.
저 울타리 세워 주는 대신 며칠간 안방에 불을 안 지펴도 된다고 했다. 내가 뜨스게 자는 대신 세워진 울타리다.
올 겨울 추워서 유독 나무가 많이 들어간 터라 울타리 세운다고 나무 잘라달라고 말하면 분명 온갖 생색을 내면서
'나무가 어디 거저 나오냐'라는, 만에 하나라도 투덜거릴 여지를 남기지 않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래서 며칠 현빈이 방에서 다 모여 자고 있다.
생취. 장날 시장에 가면 지금 할머니들이 많이 뜯어서 한 소쿠리씩 팔고 있다.
작년에 돌단풍 어린 것을 캐다가 생취라면서 무쳐 먹었던 기억을 하면서 올해는 정확히 다시 뜯었다.
강원도에서는 전부치는 것에 주로 많이 섞어서 하곤 하는데 난 그냥 생취만으로 전을 부쳤다.
마침 놀러 오신 일본 아줌마가 부치기를 거들었다. 튀김이나 전을 일본 사람들이 잘 하는 것 같다.
난 기름이 들어가는 요리를 별로 안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자주 해 먹지는 않는데 부치기 정도는 좋아한다.
밀가루 푼 것에 생취를 넣어 잘 버무린 후 정당히 무정형으로 떠서 지진다.
생취전. 봄에 전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쑥전도 있지만, 생취전도 함 해 볼만하다. 좀 독특한 맛이 있다.
상큼한 기분이 든다.
제천 오미에 귀농하신 분이 수련(睡蓮)을 주셔서 항아리에 진흙을 깔고 수련을 띄웠다.
수련은 겨울에 추운 지역에는 살아나기 힘들어 포기 했었는데 겨울에 실내에서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기대에 부풀어 얻어 왔었다.
잘 자라 어여쁜 꽃을 피울 날을 기다려 본다. 그리고 씨 뿌린 화분들. 다들 분발하길 바라며...
지난 주말에 인천의 한 호텔 지배인이신 田中씨도 오셨는데 현빈이랑 잘 놀아주셨다. 올해 63세.
요즘들어 애를 키우면서, 핵가족보다는 대가족이 훨씬 적합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부모가 한 살 한 살 나이 먹으면서 또 애도 한 살 한 살 먹을 때 서로가 처음 겪는 첫 경험이다.
더구나 첫 째 아이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겠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 삼촌등 모두가 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다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각자의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 그 못다한 것을 다 꽉 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부모는 또 조상으로부터 배우고 위안도 얻고 더 느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안목도 생기는 것이다.
가장 말단과 말단은 하나로 통한다. 그래서 애들과 노인들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을 법도 하다.
어떤 경계도 없도 거리낌없이 잘 어울린다.
산야초 효소 입욕제. 봄이 되어 또 한 차례 볕에 말리고 있다.
저녁에는 구이를 해 먹었다. 바람이 불어 실내에서, 갖고 오신 일본소주와 함께.
다음 날 아침상. 쑥국을 끓었다. 그런데 역시 일본 된장과 틀려서 그런지 잘 못 드셨다.
쑥의 향도 향이지만, 한국의 발효 된장과 일본 된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인들은 쓴맛과 발효된 맛을 싫어하는 것 같다.
요즘에 한국 김치를 많이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된장에 대한 맛의 인식은 두 나라에게 상당한 거리감을 준다.
봄이 되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모임도 다시 활기를 띄어, 산야초효소 연구 모임을 우리 집에서 가지게 되었다.
한 팀은 막걸리 만드는 것에 취미를 붙여 매번 모임이 있을 때 직접 담근 막걸리를 갖고 오신다.
이렇게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배가 든든하면서 행복한 나름함에 빠질 것이다.
막걸리 잔 속에 봄은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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