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국을 들르겠다는 반가운 메일을 한 달 전쯤 받았다.
3년 전에 평창고등학교 영어 원어민 선생님으로 계셨던 Jacob이다.
나에게 영어는 말하는 것이라는 걸 첨으로 가르쳐 준 선생님이다.
24세에 이미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5개 국어를 능숙하게 하고
동양적 사고와 문화에 아주 관심이 많으며 특히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전공인 중국언어학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잠시 한 달간 우리나라 여행차 들어왔고 3년 전에 사귀고 만났던 친구들을 다 둘러보는 것이다. 그때 함께 free talking을 했던 분들과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가졌다.
나뿐만 아니라 평창에 Jacob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원어민 선생님 중에서는 가장 신화적 인물이였다. 이 선생님은 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외국어를 배울 때 책보고 배울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과 직접 부딪쳐서 생활 속에서 배운다고 했는데 그래서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사 때나, 술 자리등에서의 예의범절을 확실히 배웠다. 예를 들어, 붉은 펜으로는 사람 이름을 쓰지 않는다거나, 손 위 사람이 술을 따라주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받는다.
그리고 악수도 꼭 두 손으로 받는다. 그리니 첨 보는 사람이라도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50대 넘은 엄마들이 우리 아들과 연배가 비슷한데 나도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셨다. 우리 아들은 아직 너무 어린데... 하시면서.
그 말에 나도 공감한다. 모든 것이 대자본주의에 끌려 모든 문화와 생활양식이 서구화되지만 청소년들의 자립성에 관한 부분은 아직도, 아니 옛날보다 오히려 더 부모에 의존적이 된 것 같다. 이 친구는 대학을 다니면서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갔었고, 또 훌부라이트 장학금을 받아서 일본에서 1년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3년 전에는 이 곳 평창을 와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도 마스트했다.
그 때 겨울 방학을 맞아 시애틀에 계시는 부모님을 초대해서 자기가 모은 돈으로 일본과 한국 여행을 시켜주었다.
20세 이후에는 모든 것이 부모로부터 독립되어야 된다는 것.
Jacob뿐만 아니라 평창고에 계속 오시는 원어민 선생님들 전부가 23-24세로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분인데 그들 모두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독립을 준비해 왔다는 걸 삶에 대한 지난 얘기들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절대로 부모가 자기 방 청소를 해 준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내 친구 말이 미국에 청소년들은 매일같이 집안 일을 한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해 왔고 누구나 하기 때문에 하긴 하지만,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누구나 20세만 되어봐라하면서 독립의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집안 일은 안 시키고 오로지 공부만 시키니깐 공부는 공부대로 안 되고,
공부를 잘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관한 것은 완전히 무지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부모의존형이 되어가는 것이다.
요즘은 공부까지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세태가 오고 말았다.
Jacob을 보면서 나는 부모로서 또 아이들의 기준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하고 또 배운다. 우리 아들도, 평창고등학교 학생들도 젊은 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아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자에서
함께 공부했던 전선생님. 시인이시다.
음식보다 잡초가 왜이리 눈에 띄지. 뽑아주고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오신 분 중 한 분이 요즘 또 민들레가 인기 폭발이라면서 캐서 달여 먹으라고 했다. 아마 또 TV에 방송되었을거야. 민들레가 시들해지면 또 어떤 것으로 이동해 갈까? 몸에 좋다는 것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민들레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데도 불구하고 평창 600마지기에는 그 많던 민들레가 거의 안 보인다고 한다. 지금은 캐기 힘들고 내년 봄에나 캘까한다고 했다.
남편이 내 손님들을 위해 기꺼이 집게랑 가위를 잡았다.
식사합시다.
식사 후 정자에서 차를 마시며...
왜 한국인들은 둘 이상 모이면 노래를 시키고, 또 모임에서 꼭 노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에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내가 말하자, 우리 남편이 그럼 한 번 느껴보라면서 '열아홉 순정'을 불렀다. 아줌마들이 다들 좋아하셨다. 누군가 첨 노래를 한 곡 부르면서 시작된 것이 Jacob 차례까지 왔다.
3년 전 짐이 많다면서 기타와 자전거를 나에게 주고 갔는데 자전거는 무열이가 잘 타고 학교에 다니고, 그리고 이 기타가 그때 Jacob 것이다. 영어노래(주로 오래된 팝송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이가 어려도 우리랑 같은 의식 세계라고나 할까), 한국노래(라이브 카페에서 강산에씨한테 배운 노래라면서), 중국노래, 일본노래. 자유자재로 노래를 한다. 그의 모든 것으로부터 그리고 모든 것으로 향한 열린 마음이 참 부럽고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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