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고라니 새끼

방림재 2008. 7. 11. 15:09

며칠 전 꿈을 꾸었다.

남편이 말을 끌고 왔는데 나보고 숫말을 할래? 암말을 할래?하고 물었다.

암말은 청색이였고, 숫말은 갈색빛이였는데

나는 그냥 숫말이 좋겠다고 이걸로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가까이 오면서 목이 긴 마치 작은 기린모양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꿈에서 깼는데 아침에 일어나 이 얘기를 하면서 웃고 넘어갔다.

 

그날 오후에 남편이 꼴부리 건지러 간다고 나갔는데 차를 타고 나가다가 논에 물을 대는 수로쪽에서

이상한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새라고 하기에는 넘 크고 이상하게 여겨 내려서 주변을 살피니

수로 안에 고라니 새끼가 빠져서 간신히 구석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건져올리니 목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읍내 동물병원에 치료받으러 가면서 현빈이 보여줄려고

피아노학원에 가서 애를 데려오니 현빈이가 피아노는 뒷 전이고 치료하는데 따라간다고 난리였다.

가벼운 상처라 치료는 받았는데 아직 어려서 며칠 데리고 있으면서 우유를 먹여보라고 했다.

현빈이는 아주 신이 났다. 이름은 뭘로 지을까그러면서 한 참 연구끝에 지어낸 것이 '고라뉴'이다.

야생동물을 집 안에 들이는 것이 영 마음이 안 편했다. 어미가 혹 찾을 수도 있고 어미가 죽었다

하더라도 사람의 손을 타면 혹 영영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우리가 치료를

잘 못해서 죽게 될까 사실 그것이 젤 걱정이였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간밤의 꿈 생각에 미쳤다.

그러고 보니 키 작은 기린이 고라니나 노루모양이였던 것 같았다. 

괜시리 난감한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우리 집 토실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

첫 날은 차마 사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미안스러워서 못 찍었는데 다음 날은 숨쉬는 것이 한결 좋아보였다. 

동물이 아플 때는 이렇게 웅크리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견디는 것을 전에 우리 집 강아지를 보고

알았기에 일단 먹을 것을 옆에다 갖다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많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일단 가만히

두었는데 다음 날은 뭐라도 먹어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젖병을 구해 먹여볼려고 했는데 도통 입을

벌리지 않았다. 눈빛은 마치 어린 아이같이 해서 첫 날보다는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어미 잃은 새끼의 아득함이 절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웃에 사슴 농장하시는 분께 구원 요청을 했더니 직접 와 주셨다.

새끼 크기를 보니 젖을 뗄 나이라면서 그늘에 가만이 갖다 두라고 하셨다.

이렇게 가두어 두면 더 못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도록 풀 숲이 있는

그늘로 거처를 옮기라고 하셨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사실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 집 졸리는 당분간 묶긴 신세가 되었다. 졸리가 살아있는 것을 잡지는 못하지만

혹시나 달려가서 피곤하게 할까봐서.

 

'고라뉴' 힘내서 씩씩하게 살아라! 우리가족 모두 힘을 모아 응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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