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봄 바람 살랑살랑 부는 밖을 보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실은 매년 이맘 때면 늘 떠올려진다.
"이렇게 진달래가 피는 봄이 오면 온 동네 아낙들이 솥과 화덕을 들고
진달래가 만발한 동산으로 화전놀이 하러 갔었다.
동네 아이들은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진달래꽃 따 오고, 어른들은 앉아서
화전을 지지며, 온갖 이야기를 나누던 그떄가 참 재미났었는데..."
아련하게 지난날을 회상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한복치마 휘날리며 하하호호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긴긴 겨울을 지나 봄동산으로 나들이 나온 아낙들의 행복한 모습이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는 화전을 한 번 해 보리라, 하던 것이 시골살이 10여년이 지난 올 봄에서야
한 번 만들어 봤다. 기존에 하던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또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쌀가루 대신 밀가루로 해 보았다. 소금, 설탕, 우유로 반죽하였다.
아침 산책 길에 따온 진달래꽃.
우리 한국의 전통 여인들처럼 수줍은 듯 말듯한 고운빛깔이다.
집에 볶은 수수가 있어서 수수로도 해 보았다.
학교에 간 딸래미를 내내 생각했다.
요즘같은 시절에 봄방학을 해서 꽃구경 마음껏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봄방학은 왜 항상 추운 겨울에 하는 것인지...,
옛사람들은 꽃들이 피는 날에는
꽃들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시서화, 그리고 노래를 하며 풍류를 즐겼다.
자연과 함께 하는 자신의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예술인들인 것 같다.
옛사람들이 한결 더 멋스러웠음을 이제는 미루어 짐작이 된다.
우리 민족 고유의 참 멋이 사라져 간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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