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멧돼지 발자국과 산책부부

방림재 2011. 11. 5. 18:28

11월의 가을은 유독 따뜻하여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아침 산책길이 돌아올 쯤에는 반팔 차림으로 바뀐다.

간밤에 흩뿌린 비가 따뜻한 기온으로 지면의 수증기가 증발되면서 갓 심은 마늘 향이 물씬 풍긴다.

 

 억새풀이 장관이다.

 

돌담밑 돌배나무 잎은 아직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매일 아침 이웃집 고구마 밭에서 멧돼지의 흔적을 찾는 것이 코스가 되었다.

주인이 다 캐고 남은 고구마 이삭을 줍기가 성공하였는지 매일같이 구덩이를 파 놓는다. 

 

마지막 잎새가 아니라 마지막 대추이다.

아주 실한 것이 대롱 달려 있다. 이웃의 빈 집. 하나 남은 대추 알이 가을이 저물어감을 알리고 있다.

 

통학길에 아빠가 따 준 대추알을 먹는다. 말리지 않은 대추는 과일로도 아주 맛이 좋다.

맛있다면서 먹고 있다.

 

이 돌배 나무가 아름드리 클려면 몇 십년은 지나야 되겠지.

 

이상 기후로 꽃들도 철을 모르고 있다.

무덤가의 패랭이꽃이 단풍진 나뭇잎과 대조를 이룬다.

 

 습도도 아주 좋은 날이다.

 

남편과 나는 아침 산책 길에 서로의 자세를 교정해 준다.

3년간 끊임없는 잔소리로 올 가을 나의 구부러진 등이 펴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 하는지 이제서야 체득이 되었다.

잔소리는 참 위대한 산물을 낳는다.

 

그리고 마음의 티끌이 있으면 서로 얘기하고 조언과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가급적 말없이 걸을 때가 많다.

산책은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므로 혼자 걷는 것이 효과가 좋다.

 

우리는 같이 있으되 떨어져 있고, 떨어져 있으되 이어져 있다.

 

 

하늘만큼이나 투명한 강물

 

강바닥 돌에 이끼가 끼여서 그렇지 물은 비교적 깨끗하다.

사진으론 나오질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서 작은 피라미떼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였다.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떼들이 모여 겨울을 나기 위해 여행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멸치떼들도 그렇게 모여서 겨울에는 물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남편은 늘 다리 위에서 물고기떼 구경하는 것을 즐긴다.

 

우리집 단풍나무

 

단풍은 역시 빨간색이 보기 좋다.

한 화가분이 언제 가르쳐 주셨는데 가을에 저 단풍잎을 따다가 꿀에 펴서 재워 두면 색깔이 그대로 보존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 차를 마실 때 찻잔에 한 잎 띄워서 마시며 눈 구경하면 정말 멋지다고 했다.

아직 해 보진 못했다.

 

김장 무.

 

김장 배추.

곧 겨울을 대비할 김장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간혹 산책길에 혼자서 걸으면 이웃 마을 할머니들도 같이 걸을 때는 간단한 인사만 하시다가,

왜 혼자 가냐?고 꼭 물으신다.

남편이 간혹 혼자 걸을 때도 싸웠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신다고 한다.

어느 새 산책부부로 소문이 났다.

그런데 이 산책문화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가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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