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만 오겠지 하는 믿음을 깨고 3월의 막바지까지도 새하얀 눈으로 한껏 스케치를 해 놓았다.
봄이 이렇게 애끓이면서 오니깐 봄에 대한 기쁨이 다른 계절보다 몇 곱절이 되는 것인가?
돌배나무 가지에 하늘과 향한 곳으로만 두꺼운 옷을 입혀 놓았다.
다행히 아침에 그렇게 춥지 않아 길에는 눈이 녹았다.
등교길.
졸리가 산책길에 따라가고 싶은 마음 꿀뚝같은데 주저하고 있다.
산책하면서 남의 집 음식 찌꺼기에 눈독을 들여서 집 지키라고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 좋아하는 산책도 눈치만 살피고 있다. 남편 목소리만 들어도 겁을 내는 졸리.
좀 불쌍하지만 산 위로 산책할 때만 데리고 다녀야겠다.
구름 사이로 햇님이 보인다.
고라니 발자욱. 고추밭에서 고추먹고 맴맴~~.
통학버스. 버스 기사님이 우리가 걸어내려 올 때는 이렇게 가까이까지 와 주신다.
7시 50분까지 집에서 1Km까지 걸어가야 된다. 큰 애 때만 해도 다수, 원당까지 학생들이 10명이 훨씬 넘어 다 돌아 마지막 임하리까지 오면
8시 10분 정도에 도착하는데 올해는 5명정도 밖에 없으니깐 너무 빨리 도착한다. 그래도 고마우신 기사님이여서 잘 조절해 주신다.
방림재 골짜기에도 이제 집들이 꽤 들어섰다.
논바닥. 흰 눈꽃 송이가 아이스크림케잌처럼 줄지어 있다.
산책길에 있는 오디나무들. 해마다 여름이면 오디가 익는데 정작 밭 주인은 오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해마다 보면 땅바닥에 다 떨어져 새까맣게 된다.
저 뒤 나무들이 모두 소나무다. 소나무 숲을 끼고 있는 땅을 도시에 계신 분이 노후를 위해 사 두었는데 농사철에는 가끔씩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
이웃집에 부탁해 사료를 먹이는지 산책 때마다 개들이 엄청 짓는다.
다수에 있는 '시골밥상'식당 마당에 나무 조각 작품. 얼마나 부지런한지 구석구석 예쁘게 꾸며 놓았다.
한바퀴 휙 돌아 다시 임하리 마을 다리에서. 물결치는 오리떼.
원앙도 있다.
<수면 위의 오리는 나름 멋스런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물 속에 오리발은 쉴 새없이 연신 힘겨움을 이겨내어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난 이 말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힘겨움과 인내가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점만 보고 누군가를 부러워 할 필요가 없는 것.
빈집1. 뱃사공의 집.
옛날 임하리 다리가 없을 때 강 가 뱃사공이 살던 곳.
시대가 변하여 이제는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때의 설움.
그 뱃사공은 그렇게 사라져가고 빈 집만이 그때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빈집2. 커다란 호두나무를 버팀목으로 둘러진 꽤 규모가 갖추어진 집이다. 담배 건조장도 있다.
까막귀의 활공. 창공의 공간을 가로질러 일(一)획을 그어낸다.
까마귀의 인사.
올 겨울 마지막 눈이길 바라면서...
지겨우면서도 그 새하얀 느낌은 언제나 햐~한 탄산 맛을 준다.
유독 눈이 많았던 올 겨울. 그로 인해 올 농사는 풍년일 것이라 다들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이러하지만, 나중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누구에게나 나중에 대한 희망이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삶이 연속되지 않을까?
3월의 눈 속에서 나의 희망은 뭘까 한번 생각해 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