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 말이면, 남쪽으로 봄맞이 여행을 가곤 했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더 추운 곳을 선택했다.
지구 온난화로 강원도의 겨울도 이제 예전처럼 춥지 않았는데 올 겨울은 유난히 춥기만을 거의 한 달씩 계속되고 눈도 많아서
어디 멀리 여행갈 엄두가 나질 않은 것도 사실이였다.
지난 토요일 전부터 조금씩 날이 풀리어 따뜻하기를 며칠.
개학을 앞두고, 공부방 학생들도 산의 정기도 마시고 새로운 각오도 다질겸 우리는 태백산 산행을 계획했다.
아는 분의 스타렉스 차와 우리 차를 하루 바꾸었다. 몇 명은 사정상 빠지고 9시 30분경에 일행을 데리고 평창을 출발했다.
태백산 인근에 가자 날씨도 흐리고 안개가 심했다.
태백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여 찍기 싫은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산행에 오르기 시작.
입장료가 어른 2000원, 중고생 1500원, 초등학생 700원
산떠미같은 눈을 보면서 올 겨울 눈의 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평창도 공기가 좋은 곳이지만, 계곡과 함께 한 산 속의 공기는 차면서도 시원한 느낌이다.
이때부터 조금씩 불안하기 시작했다. 초입부터 빙판일 줄 몰랐다.
얼음 속의 옥빛 계곡물
단군성단 아래에 천부경이 삼족오와 함께 돌에 새겨져 있다.
'천부경'. 서울에 살 때 단학선원에 한 때 다닌 적이 있었다. '일시무일시...' 읊조리면서 단전을 손 바닥으로 치는 동작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도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른다. 그치만, 오랜 질곡의 역사 속에서 이 경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천부경은 놀라운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길은 온통 빙판인데 물살이 세어서 그런지 계곡 물은 세차게 흘러 내려간다.
겨울의 산죽. 참 싱그럽게 푸르다.
여기까지 한 40분 걸었는 것 같다. 애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힘이 쭉 빠진 것 같다.
우리가 겨울산에 대해 미처 준비 못한 것이 아이젠이다. 한 친구만 집에 있는 것을 갖고 오고,
나머지는 등산화도 아니고 운동화로 올라가니 갈수록 무리가 되었다.
아 어떻하지, 고민하다가 아쉽지만, 여기서 하산하기로 했다.
저기 앞에 가는 빨간 가방 친구는 올해 중 1학년 들어가는데 수영 선수여서 그런지 허리 하나 안 굽고, 무게 중심을 잘 잡아 올라가더니 내려 갈 때도
이때만 보고 그 다음 언제 내려 갔는지 모른다.
올라올 때는 어떻게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가 더 힘들다. 서로 손 잡아주고 있다.
그래도 애들은 몸이 가벼워 비교적 잘 가는 편인데 나는 이 날 3번이나 꽈당 미끄러졌다.
한 왕복 1시간 30분 걸었다. 모두 한 곳에 모이고 있다.
이제 공부방에서 떠나보내야 될 고 1학생들. 뭐라고 소원빌고 있나? 제일 정이 많이 든 친구들이다.
집에서 각자 싸 온 점심을 먹는다. 난 김밥과 유부초밥, 컵라면.
애들도 컵라면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 손시려. 뜨거운 국물 먹는데도 손이 시리다.
태백산 매표소 바로 위 왼쪽에 석탄박물관이 있다.
태백산 입장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갑자기 고 1학생들이 커피숍으로 들어가더니 안 나온다. 부르러 갔더니 따뜻한 난로에서 핫쵸코 먹고 있다.
그래서 나머지도 다 커피숍으로 가서 몸을 녹였다.
석탁박물관 지하갱도로 가는 길.
'지하갱도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라는 문구가 씌여 있었다.
석탄가루가 뒤덮힌 밥을 먹는 모습이 그리 멀지 않은 바로 얼마 전 우리나라의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다들 저러고도 행복해 했는데 오늘날은 모든 것이 풍족한데도 모두들 왜이리 각박하고 힘겨워들 할까?라는 생각에 의미를 두고 사진을 찍어 봤다.
석탄박물관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애들도 지하 갱도에서 재밌어 했다. 좀 의시시하게 장치해 둔 곳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월 선돌이라는 곳에 들렀다.
이제는 각 자의 길로 돌아가야 될 시간. 모두들 씩씩하고 밝게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