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 올라오는 쑥을 보면 어서어서 해 먹어야 될 텐데라는 생각뿐이다.
이렇게 해 먹을 날도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에 그때그때 맞게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다.
오늘은 쑥을 한 봉지 뜯어 와서 키 작은 것은 내일 아침 된장국용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쑥버무리와 쑥전을 해 봤다.
쑥버무리는 말로만 듣고 한 번도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었는데
마음을 끌어 올려서 벼르고 벼르던 것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다.
먼저 쑥을 씻어서 물기를 탁탁 털어낸다. 양푼이에 밀가루, 미숫가루(미숫가루를 꼭 넣을 필요는 없고, 집에서 자투리로 남은 곡식가루면 뭐든 써도 좋다.) 소금, 설탕(간식용으로 먹으려면 좀 달게 하고 그냥 반찬으로 먹으려면 설탕을 넣지 않고 간장에 찍어 먹어도 된다.)을 고루 섞은 뒤 물기 털어낸 쑥을 넣고 가루를 묻힌다.
옛날에는 춘궁기가 시작될 무렵 쑥이 올라오면, 쌀가루와 사카린을 버무려 찐 쑥버무리로 배를 불렸다고 하는데 배 곯았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 요즘은 별미나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찜 솥에 보자기를 올리고 그 위에 가루를 무친 쑥을 올린다.
솥 뚜껑의 스팀이 바로 쑥에 떨어지지 않도록 보자기로 덮는다.
김이 나기 시작하면서 불을 낮추고, 3분 뒤에 불을 끈다. 그래도 보자기를 열어 흰 밀가루가 남아 있으면 좀 더 두어도 되고 아니면 3분 뒤 불을 끈 후 바로 뚜껑을 열지 않고 잠시 내버려 두어도 된다.
오래 가열하면 너무 찐덕해진다. 쑥버무리만으로는 색깔이 칙칙해 보여서 진달래 꽃잎으로 살짝 장식.
쑥 버무리를 찔 동안 키가 제일 큰 것들은 쑥전을 했다. 날개를 펴치듯 부채꼴 모양으로 벌린다.
4월의 봄을 맞이하여 서서히 텃밭만들기와 나무심기로 주변 마당 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주는 선물이다.
'새참'.
막걸리를 마시며 어릴 적에 남편은 먹어 봤다는 쑥버무리 얘기를 들으면서
도끼 자루 섞는 줄 모르고 서로의 유년 시절 얘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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