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묵은 된장 손보기

방림재 2008. 2. 2. 18:30

옛날에 구정이 다가오기 전에 친정 어머니가 그동안 미뤘던 일들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던 기억이 난다. 나도 이번엔 3년 전에 만든 된장을 손보기로 했다. 일부는 먹고 있었는데 일부는 3년 전에 간장을 내리고 그냥 두었다. 그해 한 해동안 먹을 정도의 된장을 덜어서 손을 보는데 이것은 아마 안동식 된장인 것 같다. 된장이 오래되면 묵어서 시커멓고 쪼려져서 짜고 되어진다. 그래서 메주콩을 삶아 찧은 다음 묵은 된장과 함께 섞어서 다시 항아리에 넣는다.

 

메주콩을 큰 되로 2되 정도 준비해서 하룻밤 불린 후 이렇게 삶는다. 불렸더니 양이 많아져서 양쪽으로 나눠서 삶고 있다. 아주 많으면 밖에서 삶으면 되지만 그것도 좀 번거로운 일이고 해서 그냥 실내에서 삶았다. 하얀 거품이 일면 국자로 떠낸다. 콩들이 꼭 거품 목욕하는 것 같다. 

 

콩이 붉은 색을 띄면 불을 끄고 이렇게 물을 따로 따라내고 콩만 방망이로 찧는다.  작년에 할 때는 물의 양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여서 따로 따라내지 않고 그냥 했더니 찧는데 참 힘들었다. 배움의 길이 끝이 없구나 싶다.

 

진짜 손쉽게 찧었다. 뜨거울 때 찧으면 더 잘 부서진다. 적당히 찧으면 된다. 간간히 콩 알이 있으면 더 먹음직스럽기도 하니까. 

 

밖에 나가 묵은 된장을 꺼내서 섞는다. 콩물도 조금씩 부어가면서. 현빈이가 찍어준 사진. 이 손은 내 손.

 

묵은 된장이 짜지 않으면 이 정도 양에는 소금을 한 공기 정도 넣으면 되는데 우리 된장은 짜서 그냥 했다. 3년 동안 엄청 쪼려졌구나.  이 손은 현빈이 아빠 손.

 

두루두루 섞어서 다시 항아리에 넣는다. 꽤 그럴 듯 해 보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된장을 한 숟갈 뒤집어보면 누런 황금빛을 볼 수 있다.

 

된장 위에 �을 씌우고 굵은 소금을 뿌려둔다. 이것도 친정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는데, 시골에는 벌레도 많고 해서 단단히 동여매고 아주 잘 간수한다 할지라도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이렇게 해 두면 안전하고, 혹 들어가더라도 소금과 함께 위에서 죽어버린다고 그러셨다. 그래서 된장 항아리에는 언제나 이렇게 처리를 해 둔다. 이제 시간이 지나 봄이 되면 먹기에 적합할 것이다.

 

발효식품은 언제나 시간이 지나야 한다. 세월이 지나야만 그 맛이 나니 자연 인내심이 길러진다.

아니, 사실 무심해진다. 그래야만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 얻게 되는 익은 맛을 기다리면서 나 또한 그렇게 익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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