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요리

휴일 점심-카레와 안동식혜

방림재 2009. 2. 1. 16:38

휴일 낮. 햇살은 봄볕처럼 따사롭다.

게으름을 피우려다가 좀 맛나게 점심을 해 먹어보자면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카레밥. 흣, 겨우 흔한 카레이다.

그렇지만 한 번 부지런 떨어서 2끼 정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

 

재료: 양송이, 당근, 감자, 고구마, 돼지고기 200g, 카레

카레에 꼭 감자는 들어가야 된다. 그리고 우리 집은 고구마도 꼭 들어가야 된다.

감자 양을 조금 줄이고 고구마를 껍질째 썰어 넣는다. 카레를 먹다가 고구마가 혓바닥에 부딪히면

정말 달달한 것이 감촉이 좋다. 특히 애들이 좋아한다.

각종 재료를 볶다가, (단, 고기는 효소식초에 볶았다. 기름진 것을 기름을 넣고 볶는 것이 좀 그래서 언제부턴가 고기 볶을 때는 송화가루가 들어간 효소식초를 넣고 볶는다. 처음의 진한 냄새때문에 애들이 싫어하지만 요리하면서 곧 날아가 버린다.) 물을 붓고 끓인다. 다 끊으면 카레를 넣고 저어준다. 

 

항아리에서 갓 꺼낸 김장김치.

 

김치 꺼내러 가기 전 마음과 갔다 온 뒤의 마음을 극과 극이다.

갓 꺼낸 김치를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마당 저 멀리 갔다 올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김장김치 담글 때만 해도  남편이, 내가 다 꺼내줄게 하더니 좀 꺼내달라고 하면,

어떤 상황이든 거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냥 있는대로 먹자."  

그래서 아, 내년에는 김치냉장고를 사야 되나? 그러면서 막상 꺼내 와 썰면서 마음이 점점 변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그냥 살지, 뭐.'한다. 매번 반복하는 일상이다.

 

수수와 땅콩을 넣은 밥, 카레, 김치, 김, 곤짠지(무말랭이김치)

 

후식으론 안동식혜.

 

명절때 안동에 갔다가 친정어머니가 싸 준 식혜.

며칠 동안 삭아서 색이 옅어지고, 무, 당근도 잘 안 보이지만 발효가 더 일어나서

칼칼하면서도 맛있다.

유독 안동에서만 먹는 이 식혜는 고향을 떠난 안동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생각나게끔 한다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한 때 연구와 논문도 쓰고, 판매를 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우리 어머니 세대가 사라지면 어쩌면 이 안동식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안동에는 감주와 식혜를 구분한다. 겉보기에 밥 알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 감주이고,

밥 알을 둥둥 떠 있는 것이 흔히 식혜라고 하는데 안동에서는 이 식혜에다가 고추가루와

생강, 당근, 무를 넣는다. 식혜에 넣는 고추가루는 아주 곱고, 베보자기에 넣어서 식혜물에 계속 우러낸다.

그리고 생강즙과, 당근과 무를 잘게 토막썰어넣는다.

요즘은 채써는 집도 많지만, 먹을 때 입에 걸리지 않게 예전에는 여유있는 집에서

다들 잘게 토막썰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살 얼음 낀 이 식혜를 겨울에 갖다주면 무슨 맛으로 먹나 싶어서 물만 조금 먹곤 했는데

마흔이 넘은 이제서야 그 발효맛이 좋아졌다.

 

요즘 식혜 꺼내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어서 나도 배워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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