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주변의 단장을 좀 하게 되었다.
마당의 구석진 진흙땅에 모래도 좀 뿌리고
애들이 놀 수 있게 모래성도 쌓아두고
본채 앞쪽과 사랑채에는 회양목으로 테두리를 돌리고
마침 어제가 식목일이라 쭉 나무를 심고 왔어도 꼭 이 날은 따로
또 나무를 심고 싶은 지라 키 작은 소나무랑 산복숭아 나무도 심곤 했다.
20대에는 안개꽃을 좋아했는데 세월이 흘로 지금에는 노란꽃들이 다 좋다.
그래서 민들레씨도 받아서 뿌려둔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여긴 안 났으면 좋으련만 하는 곳까지
땅따먹기처럼 번져나간다. 막상 꽃이 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리고 생강나무꽃도 퍽이나 탐스럽다.
추운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것이 더욱 대견스럽다.
그리고 푸짐하게 피워올라 정말 봄인 것을 알려주는 개나리꽃도 사랑스러워졌다.
그런데 개나리나무를 심고 싶은 마음이 두 해 지나도록 아직 못 심고 있다.
아직도 구석구석 주변이 지저분하고 안정이 안된 곳도 있고
딱히 개나리 나무를 심을 적당한 장소가 나오질 않아서이기도 하고
남편이 난 개나리는 싫다고 해서 그냥 지나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꼭 개나리 나무를 심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이 1초도 생각않고
"난 개나리 싫어."
"아니 개나리가 왜 싫어. 이쁘기만 하던데."라고 반박을 하자
꽃이 지고나면 지저분하기만 하다고 또 할 말이 있게끔 말이 돌아왔다.
"정리하고 잘라주면 되잖아. 꽃 필 때는 예쁘잖아."했더니
하여간 난 개나리색 색깔이 싫다고 한다.
아니 개나리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 도대체.
점점 궁지에 몰리자 내가 한 말,
"자기가 싫더라도 마누라가 좋다면 심어주는 거야."
그러자 그럼 본인이 심어, 좋을대로 해.라고 한다.
거기서 더 이상 말 안 하는 게 좋다는 걸 서로가 잘 안다.
봄만 되면 이렇게 풀들이 티격태격 다투듯이 얼굴을 내밀 듯
우리도 이렇게 티격태격한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다가
서로가 일 욕심도 나고 마음이 앞서면서 이런 저런 계획을 하는데
그 계획과 꿈이 서로가 다를 때는 여지없이 이런 신경전이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냥 내가 하면 되는데, 꼭 해 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항상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싶어한다. 시골에 와서는 의사 결정을 둘이서 하다 보니
어떨 때는 반찬살 때도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혹 내가 모르는 다른 사실, 내가 미치지 못한 생각들이 있을까봐 실수를 줄일려고
물어보는 것이 결국 의견이 안 맞으면 별 거 아닌 걸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개나리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냐? 진짜. 하여간 까치랍기는. 하는 말을 계속 되뇌이고 있는데
뒤에서 "여보, 산복숭아 나무 어디 심을까? 심으라는데 심을게."라는 말이 들린다.
"몰라, 심고 싶은데 심어."라고 돌아서니 "또 삐졌구나."한다.
아,그럼 삐지지 안 삐지나? 그래도 산복숭아 나무를 아무데나 심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
더 커서 사랑채 왼쪽 비탈 공터에 심으라고 일러주면서 우리의 신경전은 끝났다.
그래도 내 마음은 개나리 나무를 꼭 심어야겠다는 것으로 꽉 찼다.
아직도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뭔 일을 할 때 너무 멀리 내다 보니깐 출발이 늦어진다.
남편은 더 멀리 내다보니, 일을 할 때 늘상 의견차가 있다.
개나리가 번지면 좀 지져분하긴 하지.
그래도 한 그루라도 일단 심어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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