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아버지 무덤가에 핀 야생화들

방림재 2012. 7. 29. 11:25

7월 여름 어느 비오는 주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아버지가 그리웠다.

장마비가 오긴 했지만, 마침 우리가 산소를 찾을 때는 가는 비가 내렸다.

 

무덤 주변에 갖가지 색의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다.

내가 시골산지 10여년이 넘지만, 이런 야생화들은 처음 본다.

5월 어버이날 오빠가 다녀갔을 때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꽃들이 피어 있다는 것이 된다.  

 

참 신기한 것은 봉분과 주변 잔디에는 꽃들이 없고, 마치 누가 와서 심은 것처럼 북쪽 경계면에 일렬로 가면서 꽃들이 피어 있다.

그리곤 남쪽 비탈면에는 전체적으로 피어 있다.

비탈면에 핀 꽃들이다.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  5-6월에는 더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은 약간 시든 꽃들도 있다.

 

연보라빛꽃들까지.  

 

 

야트막한 야산 중턱에는 주로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어디라고 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는 길에도 없고, 바로 인근 할머니 산소에도 없다.

할머니가 세상을 뜬지 20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할머니 무덤에 핀 할미꽃말고는

아직 한 번도 주변에서 꽃들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잔디에 묻어서 왔다면, 시중에 파는 꽃들이 많아야 될 터인데 그렇지도 않고,

무엇보다 꽃들이 핀 위치가 누가 심어놓은 듯 있어야 될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굳이 동화적으로 표현하자면, 새들이 씨를 물고 와서 보기 좋게 가지런히 꽃씨를 심었다고 해야 되겠지.

좀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새들이 먹은 꽃씨를 양지 바른 무덤가에 와서 놀다가 똥을 누면서 번졌을 수도 있겠지.

실제로 새들의 똥들이 주변에 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어머니 표현에 따르자면, 살아 생전에 꽃을 참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가게 앞에 화초를 가꾸곤 했다면서 아마도 꽃을 좋아하니, 죽어서도 꽃과 함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