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사마귀의 잠자리 사냥
방림재
2010. 9. 10. 00:17
제 아무리 덥다고 발버둥쳐도 더위는 때가 되면 물러나고 가을이 찾아든다.
연일 흐린 날씨지만, 잠시 비가 멎으면 잠자리들이 툇마루며,
겨우내 열어 죽은 줄 알았던 어린 감나무 꼭대기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 이제는
영락없는 가을임을 알려준다.
잠자리들만 바쁜 것은 아니다.
곤충들이 알을 낳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마귀는 아마도 알을 낳기 전 영양보충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얼핏보면 잠자리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포옹하는 장면 같다.
잠시 잠자리를 구해야 되지 않을까 몇 초 생각했다가 지웠다.
동물의 세계에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나의 잣대로 어떻게 관여하고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이미 잠자리 머리가 통째로 없어진 걸 보고 나의 고민이 길지 않았다.
먹성 좋은 사마귀 녀석이 내가 사진을 찍으니 식사하다말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어른 식사하는데 뭐 구경났다고 카메라까지 들이대고 있노?"
"실례했습니다"하고 들어와 버렸다.
작은 곤충이라도 생존에 있어서는 위협적인 기운을 내뿜는 듯했다.
잠시 후 그래도 궁금해서 다시 내다보니, 30분 정도 지났을까 잠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사마귀가 2m정도 이동하여 식사후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배가 엄청 불러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