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시골살이 이야기

산복숭아나무가 살았다!

방림재 2010. 6. 9. 00:31

야호~~~

나무가 살았다 살았어. 여보~~ 빨리 좀 와 봐. 빨리 빨리.

어제는 너무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5월 1일에 평창강 뚝방길에 공사을 한다고 포크레인으로 나무를 파서 버려둔지 10일된 산복숭아 나무를 실어와서

사랑채 앞에 옮겨 심었다. 꼭 한 달 하고 일주일 지났다. 

햇볕둥지님이 가르쳐주신 방법으로 매일 가서 '함께 살자'고 기도했다.

나중에 조바심이 났을 때부터는 매일 뽀뽀를 해 주고,  더이상 인간들에게 믿음이 없는 너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 번만 믿어 달라고, 나무가 내 말을 들으라고 나무를 흔들었다.

현빈이도 간간히 가서 나무와 대화를 하고 왔다.

어제 잎을 첨 발견하기 5일 전쯤에 남편에게 비가 안 오는데 물을 또 줘야 되겠지? 물었더니,

남편왈 "글쎄, 뭐 줘도 되고, 안 줘도 되고. 한데 난 거의 포기했는데."

나는 내년까지는 기다려 봐야지 했다.

그러자, "올해 잎이 안 나오면..., 글쎄다."

우리 남편은 계속 글쎄다로 일관했다.

난, 부모는 어떤 경우라도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그랬다.

이미 우리의 사랑을 받은 나무는 우리의 자식이다. 난 계속 기다릴 거라고 했다.

나의 기다림에 나무는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나무를 안아주었다. "정말 잘했어. 잘 이겨냈다. 장하다."라고 말하면서...

 

 첨 발견한 잎. 처음에는 무슨 벌레가 묻었나 했다가 그러기에는 좀 크다는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한 잎이다.

남편은 자기가 열심히 갖다 심어놓고는, 시큰둥해하다가, 살아난 잎을 보자 기뻐했다. 그러면서 역시 당신이 옳다. 확실히 모성의 힘이 위대하다고 했다.

 

진작해줬어야 되는데 이제서야 만신창이로 벗겨진 나무 둘레를 정리하고 랲을 감아주었다. 수분이 덜 빠져나가게 해준 것이다.

 

효소건더기를 물에 담갔다가 우러나오면 한 바케스씩 주기로 했다.

 

이제 뿌리가 살았으니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길 기원하면서 좀 더 정성을 들여야 되겠다.

 

이 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나무가 될 것이다

첫째 우리 인간이 자연을 해하는데 아무런 꺼리낌과 죄의식없이 아주 무디어져 버렸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게 해 주었다.

둘째는 땅 위로 뿌리가 다 들어나게 나뒹굴어져 열 흘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살 수 있는 식물의 강인함에서 우리 인간이 그 강인한 생명력을

본받아 삶의 큰 지표로 삼으면 좋겠다.

세째 식물도 느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나무도 삐지고, 마음이 얼어서 닫혀 버린다는 걸.

마지막으로 나무를 자식에 비유하니 자식을 보는 우리의 눈이 좀 더 느긋해 질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붇돋아주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각기 그 성과가 시간적으로 차별화되고, 또 그 내용도 다르며 언젠가는 자신의 그릇에 맞게 아름답게 피어날 것을

어른들의 조바심으로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치면, 기대하는 것들이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 나무는 우리 방림재의 교훈을 주는 나무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이 나무가 제 몫을 다 할 때는 그 열매로 많은 사람들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무야, 정말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많은 성원과 용기를 주신 이웃블러그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