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세상살이 낙서장
법정스님의 산골 오두막
방림재
2010. 3. 15. 12:11
법정스님 머물던 오대산 오두막 |
소박·검소함 ‘고스란히’ 화전민 살던 너와집 단장해 사용 |
‘무소유’란 큰 가르침을 남기고 떠난 법정스님이 머물며 수행했던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자락의 오두막에는 스님의 생전 생활모습을 보여주듯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이 그대로 간직돼 있었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열린 13일 찾은 오두막은 큰길에서 벗어나 소나무와 낙엽송 군락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10여분 오른 계곡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두막은 옛 화전민들이 살던 집을 단장한 전통 고옥으로 정면에 문 5개, 측면에 문 2개가 있어 규모는 비교적 큰 편이었으며 너와집 지붕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눈녹은 물이 처마로 떨어지고 처마끝에는 작은 풍경도 걸려 있었다. 지난해 가을쯤 도색을 한 것으로 보이는 흰색 벽면은 말끔하고 집주변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스님이 즐겨 사용했다는 대나무 평상은 집 벽면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민가에서 1㎞ 정도 떨어져 울창한 송림과 맑은 계곡물에 둘러싸여 있는 이 오두막은 이제 스님이 생전에 벗 삼았던 물소리, 바람소리가 주인이 된 듯했다. 한편 법정 스님의 유골은 14일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진행된 습골(뼈를 수거하는 의식) 의식을 마치고 송광사 지장전에 마련된 분향소에 안치됐다. 고인의 유골은 길상사에서 쇄골(碎骨)한뒤 내달 28일 열리는 49재 이후 불임암과 강원 평창 우두막에서 산골(散骨)할 예정이다. 평창/신현태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10여년 전 우리 부부가 귀농하게 된 결정적인 열할을 하신 분이 법정스님이시다.
귀농 3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귀농에 관련된 여러 책을 보았다.
그 중 우리에게 영향을 준 책이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책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였다. 당시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책은 법정스님의 산골 생활과 철학이 류시화씨의 서정적인 운율를 타서, 그 고요한 삶이 누구든지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대목은 법정스님이 잠을 쫒기 위해 한여름 날 대나무를 깎고 있는 모습에 오두막 집을 방문한 류시화씨가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유자적하면서 여유롭게 살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를 일순간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수도의 생활은 결국 자신을 다스리고 갈고 닦는 외로운 고행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님이 가신 빈 자리에 서서 남편이 기억에 남는 대목은-아마 '산방한담'-
스님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면 쌍욕이 절로 나온다는 말씀과
수행자는 갈비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헹하는 외로움을 맛 봐야만 수도에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시골에서 살다 보면 간혹 바람부는 날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가 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들이 계절별, 날씨별로 천차만별로 변화무쌍한데 대체로 아침 일찍은 바람이 고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아궁이에 불 지피는 사람도 바람처럼 변화무쌍한지라 본인이 불을 넣고 싶을 때 움직이는 법.
오후에는 늦어도 불을 넣어야 되는데 바람이 불면 잘 타던 불도 일시에 시꺼먼 연기를 내면서 불을 지피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로 장풍을 날린다. 그럼 눈에선 눈물이 나오고 매워서 숨도 못 쉴 지경이 된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입에서 쌍욕이 나올려고 입술이 달싹달싹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남편은 늘 법정스님이 떠올려지면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스님과의 유일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할까? 바람앞에 불 꺼지는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 똑같다는 안도감이랄까? 하여간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공유점이다.
강원도 어느 산골에 계신다는 건 알았지만, 같은 평창에 계셨는 줄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갈하고 깔끔한 산중 생활을 하신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스님의 영향으로 시골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이제 스님은 가시고 우리는 남게 되었다.
스님의 책들이 출판 중지된다는 말에 책들이 다 동이 났다고 하는 기사들이 뜨는 걸 보고
우리 집에 소장된 스님의 책들이 마치 보물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와 함께 10년 넘게 살고 있는 저 책들은 앞으로도 우리와 쭉 함께 할 것이고, 책 속의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말씀도 쭉 우리와 함께 해 나가길 이 시점에서 다시금 마음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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