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을 먹자.
변덕스런 봄 날씨가 이제는 제법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해도 괜찮겠거니 안심을 해도 될 만큼
확실한 증거들이 온 밭에 지천으로 깔렸다.
아니 언제 이렇게... 한 차례 눈이 오고, 또 바람 불고, 얼음 얼고, 영 밭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끔 해서
둘러볼 겨를 없었는데 따스한 봄볕에 이끌려 그저 어슬렁어슬렁 걸어 올라갔다가 냉큼 다시 내려왔다.
호미와 바구니등등을 챙겨와서 밭에다가 연신 인사를 해댔다.
호미로 인사를 할 때마다 바구니에 먹을 거리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망초. 겨울지나고 올라온 가장 흔한 잡초 중 하나이지만, 시금치 못지 않은 음식이라 생각된다.
시금치 나물할 때처럼 똑같이 하면 된다. 이렇게 데쳐서 무쳐주면 애들도 잘 먹는다.
산취. 뜻밖의 횡재다. 시장에 가면 할머니들이 소쿠리에 한 주먹 정도 담아두고 이천원에 판다. 언젠가 장을 보다가 이건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보면서 자세히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밭에 이렇게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알지 못하니 있어도 몇 해째 캐지를 않았겠지. 그래서 이렇게 많이 번식했을 수도 있다.
많이 있지만 실제로 캐면 그렇게 많이 캐질 못한다.
산취무침. 깨끗하게 씻어서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반나절 담가둔다. 고추장, 고추가루조금, 마늘, 효소, 진간장의 양념을 고루 섞은 후에 물기뺀 산취에 버무린다. 씁쓸한 맛이지만 달짝하게 양념한 것과 어우려지면 봄철 입맛 돋우는데는 그만인 것 같다. 아무래도 겨울을 지내고 봄에 나는 뿌리가 있는 식물은 몸에도 좋을 것 같다. 산삼이라 생각하고 먹는다.
쑥. 이 번 봄에는 순서가 없이 너도 나도 고개를 내밀고 나왔다. 쑥도 이제 제법 국 끓여먹기 좋게 나오고 있었다.
쑥국. 다시멸치로 국물을 우러낸 후, 된장을 한 스푼 푼다. 된장푼 국물이 펄펄 끓을 때 다듬어서 씻어둔 쑥을 넣는다. 쑥을 넣은 국물이 다시 끓을 때 곱게 간 들깨가루를 두 스푼정도 넣는다.
쑥향과 구수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