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동지가 다가오면서 유독 이번 주에는 밤의 길이가 길게 느껴졌다.
굳이 동지가 오고 있구나 생각 안 해도 동지가 다가옴을 실감했다.
시골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그렇게 한 공간에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이렇듯 시골에 적응해가면서 어느 해부턴가 동지가 다가오면 팥죽을 해 먹고 싶었었다.
어릴 때 엄마곁에서 새알 빚었던 기억도 떠올리면서 그 때의 그 그리움도 젖어보고 싶었다.
드디어 올해 팥 수확한 것도 좀 있고 해서 마음을 움직여 보았다.
재료 ; 팥 3컵, 멥쌀 2컵, 찹쌀가루 3-4컵, 굵은 소금 약간
이틀 정도 불린 팥을 삶는다.
시작 전부터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져서 자료를 꼼꼼히 읽었다.
팥이 물러지면 채에 걸르고, 그 채반에서 뜨거울 때 나무주걱으로 으깨어 앙금이 내려가게 한다. 그렇게 가만히 두면 팥앙금이 가라앉고 팥 삶은 물은 위에 뜬다. 보통은 그냥 팥물과 앙금을 휘 젓어서 삶기도 하지만, 우선 위의 물만 따라서 먼저 끓이다가 앙금을 붓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손쉬운 전자를 택했다.
팥앙금을 내리는 동안 현빈이는 찹쌀가루로 새알을 빚었다. 찹쌀가루는 하루 전에 불려둔 것을 방앗간에 가서 가루를 내왔다. 빻으면서 소금간을 해 준다. 새알 반죽시 꼭 끓인 물을 뜨거울 때 넣어서 반죽한다.
팥물을 끓이다가 멥쌀 불린 것(물기 뺀)을 넣고 삶는다. 밥알이 뜨면 새알을 넣고 소금 간을 한다.
자기가 만든 여러가지 모양의 새알이 퍼져버려서 울상이였다가, 막상 그래도 차려놓으니깐 맛있겠다면서 앞에 와 앉는 딸.
동지날 아침상
우리밭에서 일구어 나온 팥으로 이렇게 요리를 해 먹으니 참으로 기뻤다.
그리고 전통음식 중 새롭게 한가지씩 익혀가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새알이 조금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는데 인터넷 정보를 그대로 믿고 따라한 것이 잘못이였다.
새알을 끓는 물에 살짝 넣어서 동동 뜨면 찬물에 헹구라고 나왔는데
나중에 친정어머니께 여쭤보니 팥물을 삶다가 새알을 바로 넣고,
새알이 동동 뜨면 그때 불려놓은 멥쌀을 넣는다고 한다.
역시 밥알이 뜨면 다 된 것인데 새알을 넣은 후부터는 눋지않게
자주 저어 주어야 된다고 한다.
새알은 오백원 동전크기정도가 좋다고 한다.
난 어릴 때 기억으로 큰 것이 정말 먹기 불편해서 작게 했더니 그러면 쉽게 퍼지게 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