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요리

이제서야 김장을...

방림재 2008. 12. 14. 08:24

지난 주에 하려던 김장이 기습한파로 인해 이번 주로 미루어졌다.

그동안 배추랑 무를 보관하느라 노심초사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분들이 도와주신다 하여 얼마나 고마운지...

이제는 혼자 세월아하면서 하는 게 지겨워졌는데 도란도란 얘기도 하면서 하니

서너 시간 지나니깐 다 마칠 수 있었다.

배추는 60포기. 그 중에 백김치는 20포기정도 하고, 나머지는 양념김치로 마감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절여놓은 배추를 남편이 씻어주고 이웃분 두 분이서 양념김치를 담당했다.

벌써 몇 차례 단지로 날랐다. 

 

포기가 점점 쌓이고 있다. 

 

드뎌 완성. 올해는 며칠 전에 이렇게 단지를 다 묻어두었다. 내가 "우리 신랑 컨셉이 아닌데"했더니 째려본다. 한 단지 가득 채우고, 김치통에 한 통 넣을 정도로 남았다. 

 

난 백김치를 담당했다. 백김치 속은 전날 미리 준비해 두었다. 채써는 것이 너무 시간을 잡아먹어서 매년 이것때문에 진행속도가 느렸는데 미리 해 둔 보람을 톡톡히 보았다. 

 

밤, 대추, 양파, 파, 표고버섯, 생강, 무, 배를 채썬다. 단, 생강과 밤은 채썰어 두었더니 구분이 잘 안 가서 얇게 저몄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서 항아리 속의 밤은 선명한 하얀색이 되고, 생강은 또렷한 노란색이 되어 그 색이 차암 곱다. 채썰면 작아서 구분이 잘 안 가니깐 밤을 좋아하는 딸이 먹다가 우거지상이 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난 생강을 좋아하는데 나머지 식구들은 다 싫어한다. 그래서 겨우내 백김치에 나오는 생강은 모두 내 밥위로 올려진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밥 위에 생강이 한꺼번에 쌓인 것을 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백김치도 완성. 소금물을 타서 항아리에 붓는다. 소금물은 배추 씻어서 내린 물을 잘 받아두었다가 그 물에 약간의 소금만 타면 된다. 

 

 아차, 배를 갈아넣는 것을 잊어버렸다. 배만 가늘게 채을 썰어서 좀 휘저어 주었다.

 

아, 이제 끝났다. 월동준비.

예전에는 다들 이맘 때 김장을 했는데 첨단 과학의 힘을 빌어서

10월달에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김치냉장고는 과연 혁명적인 발명인 것 같다.

그 맛이 변하지않고 유지된다는 것이...

그런데 아직 난 김치냉장고의 필요성을 못 찾아서 시골 할머니들도 다 갖고 있는 것을

여지껏 장만하지 못했다. 남편은 김치냉장고를 예전부터 사고 싶어했다.

이런 저런 실험도 해 보고, 여러가지 보관도 해서 관찰도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집에 자꾸 짐이 늘어나는 것이 싫다고는 했지만 사실 내 몸이 자꾸 거기에 익숙해지면

이제는 항아리에 김치를 묻지 않게 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왜냐? 바로 항아리속에서 흙의 기운과 아우러져서 나오는 탄산맛 때문이다. 항아리속에서 금방 꺼낸 김치는

'하~'한 탄산맛이 난다. 김치냉장고의 발명이 획기적이긴 하지만 바로 그 맛을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냉장고 사방 내부에 진흙을 넣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ㅎㅎ 그 탄산맛이 아마 발효의 맛일 것이다.

올 겨울의 행복이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