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 배
오늘 무심코 달력을 보면서 날짜를 세어 보았다.
올 초부터 시작한 백팔 배 일수를 세어 보는 것이다.
1월 5일에 시작한 것은 알았지만 애써 날짜를 세지는 않았다.
백일까지는 해야지 하면서 또 날짜 안에 갇히게 될까봐서 그랬는데
점심을 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달력이 눈에 들어 왔다.
작년 봄에 한 번 시도했다가 한달 지나면서 심한 몸살로 중도에 그만두었는데
올 해 '오체투지'라는 책을 읽고는 다시 시작해 보았다.
그리고는 백일이라는 것에 얽매이면 더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세수하듯이 매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벌써 백일이 지나고 아홉 일 되었다.
올 해는 참 쉽게 한 것 같다. 물론 그 책을 읽고 나서 한 것이 참 도움이 되었다.
매일 삼천 배를 하면서 장애를 극복했다는 한경혜양을 생각하면 백팔 배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이제는 몸이 바닥에 착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절을 하면서 느끼는 것, 달라진 것은
일단 왜 그리 부끄러웠던 일들이 많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물론 평상시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이 떠올려지면서 내가 그 때 굳이 왜 그렇게 했지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몇 번이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특히 전기시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오셨던 손님들이 제일 많이 떠올랐다.
그때는 뼈빠지게 우리가 만들어 놓은 터전에 누구라도 오면 당연히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맞춰야 되지
않나 그것이 또 의당 그래야 된다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돌이켜보면 참 부끄럽다. 물론 우리가 일부러 뭘 못 해 주고 대접을 소홀이 할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었다. 다만 그때의 우리의 생각이 그랬으니깐 당연 어딘가 모르게 생각과
일치하는 오만한 행동들이 흘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계속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만회라도 할 방도가 생겨서 덜 미안한데
그 이후로 어떤 연유이든지 다시 오지 않은 손님들은 더욱 미안하다.
무의식 속의 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현상이겠지.
두 번째는 일단 체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일이 많고 바빠도 자고 일어나면 거뜬하다.
군살들이 좀 빠지면서 허한 기운도 함께 빠진 것일까? ㅎㅎ
매일 '절수련'을 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된다.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 혹은 하루 시작에 임하는 마음을 가지는데
이보다 단순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