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재 2008. 2. 21. 21:10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애들과 부럼을 깨물고 밭에다가

'올해 더위먹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외치고는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졸리가 어디서 달려와서는 맛나게 깨물어 먹었다.

어제 밤에 자기 전에 준비를 좀 해 두고 잤는데도 아침이 왜 이리 부산스러운지

그 원인은 '밤'에 있었다.

밤을 미리 까두지 않아서 아침에 남편이랑 둘이서 서둘러 까는데도 더뎠다.

도시에서는 주로 오곡밥을 해 먹는데 안동에서는 주 쌀을 찹쌀로 해서 찰밥을 해 먹는다.

그리고 삼색국(콩가루국)을 한다. 이번에는 기타 나물 종류는 생략했다.

 

마침 대보름 전 날이 평창장날이여서 이것 저것 구경하면서 재밌게 장을 보았다. 땅콩은 그냥 현빈이를 보더니 덤으로 조금 얹어준 것이다. 내가 그래서 늘 뭐 사러갈 때 현빈이를 잘 데리고 다닌다.

 

팥은 하루 불려두어도 삶아서 밥에 넣는다. 

 

대추는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 뺀다. 이렇게 하면 단맛이 더 난다고 어른들이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내 경험상으론 대추를 미리 발려서 씨랑 분리를 한 다음 솥에 넣는다. 밥이 다 된 후에는 밥을 섞기 전에 씨를 살짝 걷어낸다. 예 전에 이렇게 했는데 밥맛이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땐 멋도 모르고 밥먹다가 씨를 깨물면 위험하기 때문에 그랬는데 맛도 좋았었다. 오늘은 어르신들 말씀대로 했더니 대추가 달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밥에 대추 맛을 느낄 수가 없었고 대추를 미리 잘 걷어냈는데도 몇 개가 뭉개져서 밥 먹다가 대추씨가 나와 우리 아들이 온 인상을 찌푸렸다. ㅎㅎ  

 

찹쌀을 어제 밤에 불려 두었다. 검은 콩도 불려 두었다가 그냥 넣으면 된다. 보통 찰밥은 물을 적게 먹어서 멥쌀보다 물을 적게 넣긴 하지만 밤이라든가 마른 재료를 넣기 때문에 멥쌀할 때처럼 물을 잡으면 된다.

 

드디어 밤을 적당한 선에서 스톱을 하고 밥을 하게 되었다. 이 때 굵은 소금을 1/2TS정도 넣는다. 찰밥은 간을 맞게 해서 먹는다. 

 

무, 콩나물을 넣고 물을 부은 다음 팔팔 끓인다. 

 

무와 콩나물이 적당히 익으면 시래기(삶은 후 손질을 하고 적당히 썬다)를 콩가루 묻혀서 넣고 약한 불에서 은근히 끓인다. 콩가루를 묻힌 나물은 잘 끓어 넘치므로 주의깊게 옆에서 지켜본다. 간은 굵은 소금으로 한다. 이 국은 계절에 따라 시래기나물 대신, 냉이 혹은 쑥삶은 것을 이용해서 다른 시간에 해 먹기도 한다. 안동에서는 주로 제사날, 명절 때 이런 국을 잘 하는 편이다.

 

찰밥과 콩가루국이 완성되었다.

 

정월대보름 아침상이다. 평소에 밥에 이런 저런 거 들어가면 싫어하는 아이들도 날이 날인 만큼 대추까지 들어간 밥임에도 불구하고 한 그릇 뚝딱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때 밥에 대추들어간 것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런 밥이 참 좋다. 입맛도 세월따라 변하나 보다.

오늘은 달보면서 무슨 소원을 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