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의 원료로서 겨우살이와 以癌制癌
해발 1000m 정도의 높은 산 아름드리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라는 녀석이 있다.
그 열매는 씨앗은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미세한 섬유질이 싸고 있는데
새들이 겨울에 그 열매를 따먹고 참나무 등걸에 똥을 싸면
그 점액질의 섬유질이 씨앗을 참나무 가지에 딱 붙여
거기서 뿌리를 내고 참나무의 영양을 빨아 살아간다.
참나무는 이 겨우살이를 뿌리로 인식하는 것 같다.
가을이 되어 참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수분을 뿌리로 내릴 때,
겨우살이는 파랗게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되어 참나무가 파랗게 싹을 내면
겨우살이는 성장을 멈추고 누렇게 변한다.
겨우살이 가지는 1, 2, 4, 8의 규칙적 수열로 뻗어가는데
참나무 입장에서는 뿌리로 보기 딱 좋은 모습이다.
또 영양분을 빨아가는 면에서는 암적 존재이다.
물론 참나무의 생명을 죽일 정도로 번식을 무한히 해나가지는 않지만.
이런 참나무에는 암적 존재인 겨우살이가 인간의 암세포를 없애는 항암치료제의
주원료로 쓰이는 게 재미있다. 인간의 암 세포도 겨우살이와 비슷한 성장을 한다고 한다.
참나무의 암적 존재인 겨우살이가 인간의 암 세포에도 암적 존재로 작용한다.
이독제독( 以毒制毒)이 아니라 이암제암(以癌制癌)이다.
서양에서는 惡鬼를 �는 부적용으로 옛날부터 겨우살이를 문설주에 걸어 놓았다.
그러다가 아마 민간요법으로 겨우살이를 약재로 사용한 것 같다.
겨우살이와 암세포의 상관관계처럼
인간도 겨우살이와 참나무와 같이 암세포와 끝장보는 싸움이 아니라
적당히 인정하고 공생하는 관계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암세포를 보는 입장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길이
암환자의 삶(생명, 人生)에 더 좋은 방향이 아닐까.
글-권남혁(방림재 아저씨)